[기고/정광용]올 여름휴가, 농촌 마을로 떠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6일 03시 00분


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개울, 평상에 둘러앉아 먹는 수박, 하늘 가득 쏟아질 듯한 별빛…. 여름이면 그리운 것들이 있다. 아스라이 떠오르는 시골집의 추억, 그 시절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이럴 때면 문득 추억 따라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어진다.

여름 휴가철이다. 여행계획을 짜면서 설렌다. 특히 분주하고 각박한 생활에 지쳐있는 도시인들은 일상을 벗어난 편안한 여름휴가를 꿈꾼다. 소중한 추억이 가득한 곳, 할머니와 어머니의 지혜와 따스함이 배어 있는 곳, 우리 생활과 문화가 녹아 있는 보물창고. 농촌은 우리에게 그런 쉼터가 될 듯하다.

먹을거리-체험거리 풍성

농촌마을은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겐 생생한 농촌체험을, 시골 정취가 그리운 어른들에겐 동심과 향수, 재충전의 공간이 된다. 농촌마을은 먹을거리, 볼거리, 체험거리 등 각각의 마을마다 풍성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넘쳐 취향에 따라 골라 가는 재미가 있다.

강원 평창 황토구들마을은 황토로 만든 전통구들과 전시관으로 마을 곳곳이 건강 체험장이다. 탄성을 자아낼 만큼 빼어난 금당계곡 산 아래 위치한 이곳은 전통문화와 장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국궁과 천체 관측 등 색다른 체험도 할 수 있다. 제주 용왕난드르마을에선 즉석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소라와 성게 잡기도 하고 제주의 전통 배도 탈 수 있다.

영동 금강모치마을에선 찹쌀떡 만들기가 인기다. 떡메로 만든 쫄깃한 찹쌀떡을 맛보고 지역 특산물인 포도를 이용한 요리 만들기와 닭서리 체험도 흥미롭다. 고풍스러운 우리 전통 고가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경남 산청 남사예담촌이 제격이다. 선비마을로 불리는 이곳에선 전통혼례 체험을 비롯해 그린약선음식도 맛볼 수 있다.

이 밖에 직거래 반짝장터에서 싱싱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경기 연천 옥계마을, 숲과 래프팅 체험이 가능한 평창 어름치마을, 다랭이 새참과 시골학교 체험 등 추억의 놀이가 가득한 남해 다랭이마을 등 가볼 만한 농촌마을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농어촌 여름휴가 방문 예약이 3000건에 달했고 방문객의 98%가 만족했다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조사 결과를 봤다. 지루하고 따분한 농촌, 불편하고 지저분할 것 같은 농가 민박은 옛말이다.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국내 관광실태 조사에서 숙박시설 중 농촌 관광마을이 만족도 1위(74.5%)를 차지했다. 그만큼 농가 민박시설과 서비스 수준이 높아졌다.

‘한국의 글로컬 상품’으로

이처럼 지역의 특수성을 살리고 다른 휴양지와 비교했을 때 손색없는 농촌마을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농촌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가장 지역적인 특색을 가진 곳, 우리 농촌마을이 세계화와 함께 현지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글로컬(Glocal)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농촌을 상품화하는 것이 단순히 농가소득 증대라는 경제적인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득을 넘어 농촌마을 관광은 농촌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멋과 맛, 흥을 느끼는 문화적 체험을 통해 몸과 마음의 안식을 얻게 된다. 아울러 농촌과 도시, 농산물과 농촌자원, 농가와 농가를 이어주는 통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우리 농촌은 인간의 원초적인 그리움을 간직한 생활양식과 빼어난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있다. 인공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농촌만이 가진 자연스러움이다. 단순히 웃고 즐기는 휴가가 아닌 진정한 쉼터를 찾는 사람에게 농촌마을은 고향이 되고 틈 없던 마음에 여유를 줄 것이다. 또한 아이들에겐 흙과 나무, 풀과 물,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은 물론이고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주고 가족 간 친밀함을 높여주는 장이 될 것이다.

땀과 정성으로 일군 땅, 낮은 담벼락만큼이나 넘치는 정이 여전히 존재하는 삶의 터전, 농촌은 세대를 뛰어넘어 지키고 알려야 하는 소중한 우리의 자원이다. 올 여름휴가,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다면 눈과 입은 즐겁고 몸과 마음은 편안한 농촌마을로 떠나면 어떨까.

정광용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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