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가 왜 이렇게 오락가락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정확한 민의를 파악하려는 주민투표가 절차적 논쟁으로 변질되는 데는 선관위의 책임도 적지 않아요.”
25일 만난 서울시 관계자는 분을 삭이지 못했다. 선관위의 ‘오락가락 행정’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시선관위는 당초 “공무원의 투표 독려는 투표운동에 해당돼 금지한다”고 했다가 중앙선관위가 22일 “‘적극적’이 아닌 공무원의 투표 독려는 가능하다”고 하자 다시 “중앙선관위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 관계자는 “주민투표에 대한 절차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선관위까지 논란거리를 만들면 어떻게 하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혼선이 우려되는 상황은 앞으로도 줄줄이 남아 있다. 시선관위는 아직도 서울시에 주민투표법 위반에 대한 세부지침을 전달하지 않았다. 25일 중앙선관위가 명확한 지침을 주면 서울시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시도 ‘안내’는 되고 ‘적극적 독려’는 안 된다는 방침만으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명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주민투표법 2조의 ‘투표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항을 들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투표 안내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적어도 투표 자체를 몰라서 기표소로 가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려 행위 금지’에 대한 지침이 오락가락하면서 이미 선관위의 영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법령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해석해 행동에 나서더라도 선관위가 얼마나 제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 야5당이 각종 법적 절차를 밟아가며 주민투표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선관위 행보와 맞물릴 경우 더 큰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야당이 투표 운동 기간 중 서울시의 행정행위를 놓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선관위가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논란과 갈등은 얼마든지 더 커질 수 있다. 자칫 민의를 파악하기 위한 주민투표가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변질될 수도 있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투표 전반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주체가 갈피를 잡지 못하면 그 누구도 투표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 선관위가 하루속히 주민투표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과 원칙을 세워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야 하는 게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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