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대학교육을 받는 사이버대의 학생들이 “주경야독(晝耕夜讀)하며 낸 세금으로 고소득층 대학생까지 지원하는 정책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정치권의 반값등록금 추진에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 20개 사이버대 학생 25만 명 중 70% 정도가 직장인이다. 고교 졸업 후 가정형편 탓에 대학진학을 포기했다가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직장인이 많다. 대학 졸업장을 갖고도 급변하는 직업 환경에 재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복수 전공을 갖추느라 땀을 흘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절실한 필요에 따라 열심히 공부하는 사이버대 학생들이 “내가 애써 벌어 낸 소득세로 오프라인 대학생들만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혜택을 받는 건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것도 당연하다. 반값등록금 포퓰리즘에 영합해 경쟁적으로 세금을 퍼붓겠다고 큰소리치는 정치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고려사이버대 김중순 총장은 “반값등록금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했지만 우리가 직면한 더 큰 도전은 대학교육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라고 지적했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가 무르익을수록 고등교육은 정보기술(IT)과 융합한 온라인 교육으로 발전할 것이다. 학문의 공간은 강의실을 넘어 사이버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외면한 채 연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등록금을 받아 대학건물 늘리기에 골몰하는 대학은 10년 안에 유령 같은 건물만 남기고 ‘유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사이버대는 IT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에 가장 빨리 적응하고 있는 고등교육기관이다. 학생들은 필요한 과목만 선택하고 선택한 만큼 등록금을 낼 수 있어 부실강의가 발붙이기 힘들다. 사이버대는 학점당 5만∼8만 원으로 오프라인 대학의 ‘반의 반’값 등록금이다. 사이버대에서 새롭게 직업교육을 받아 인생 이모작, 삼모작을 하는 이도 늘고 있다. 실버산업에 집중하는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실버요양산업학과, 외식산업을 위한 경희사이버대 외식농수산경영학과, 세종사이버대 외식창업프랜차이즈학과도 인기다. 고려사이버대는 미국 케어기빙 전문 연구기관인 RCI와 협약을 맺고 돌봄 서비스 전문교육 과정을 설치했다.
IT의 발달과 세계화 확산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사이버대는 미래 고등교육의 살아있는 대안이다. 정부의 대학지원도 미래 비전에 집중돼야 한다. 교육의 미래에는 아랑곳없이 표 되는 일에만 신경 쓰는 정치권의 맹성이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