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성장 非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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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7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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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좋은 정치에 대해 물었다. 맹자는 “백성이 배부르게 먹고 따뜻하게 지내면 왕도(王道)는 자연히 열린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아도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뜻있는 선비만 가능합니다. 일반 백성은 경제적 안정이 없으면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습니다.” 항산(恒産)이 없으면 항심(恒心)이 없다는 맹자의 ‘무항산 무항심론(論)’은 경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동양의 소중한 금언(金言)이다.

▷올 2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이다.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작년 동기(同期) 대비 0.4% 증가했고, 직전 분기인 1분기보다는 0.1% 줄었다. 건설업 침체가 이어진 데다 미국 경기회복 부진, 유럽 재정위기, 동일본 대지진, 국제 원자재값 상승 같은 악재로 수출 증가세가 주춤해진 탓이다. 성장과 소득 모두 비상(非常)이다.

▷한국은행은 하반기에는 성장률 회복을 기대하지만 불확실성이 곳곳에 널려 있다. 수출 주력제품인 D램 반도체 값은 사상 최저치인 0.75달러로 떨어졌다. 재정적자로 몸살을 앓는 미국 유럽 일본 경제의 앞날은 불투명하다.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강세로 수출의 가격 경쟁력 부담도 커졌다. 경제현실이 이런데도 정치인들은 나라의 먹을거리를 찾고 키우는 일은 뒷전이다. 경제단체장이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비판했다고 ‘괘씸죄’로 엮어 국회 공청회에서 망신을 주겠다며 벼르는 것은 후진국에서도 찾기 어려운 정치행태다.

▷공병호 박사는 저서 ‘한국, 번영의 길’에서 “가난은 불편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자유와 당당함마저 앗아간다”고 썼다. 경제적 번영이 행복의 가장 강력한 설명변수의 하나라는 외국 학자의 실증적 연구도 눈에 띈다. 성장과 소득증대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이것이 없이는 국민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도, 국력을 키우기도 어렵다. 건전한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는 중산층 육성이나, 복지 확대 및 남북통일에 대비한 재원 마련도 불가능하다. 어떻게 나눠먹을지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나눠먹을 경제적 파이를 제대로 키워야 의미가 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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