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영배]코미디와 개그가 왜 예능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윤영배 을지대 교수·음악교육
윤영배 을지대 교수·음악교육
언제부터인가 젊은이들 대화에서 ‘완전’이란 용어가 유행처럼 쓰이더니 이젠 그 표현이 표준어법으로 인식돼 가고 있다. 또 방송의 코미디(Comedy)와 개그(Gag) 프로그램이 예능프로로 불리면서 그 의미가 기존 사회에서 인식되던 뜻과는 달라 혼란스럽다. “정말 맛있다”고 표현해야 할 말이 “완전 맛있다”로, ‘코미디, 개그프로’가 ‘예능프로’로 바뀌어 사용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유행에 뒤질세라 경쟁하면서 쓰는 젊은이들의 세태 적응능력이 놀랍다.

연예-예능 의미 다르게 사용

1970년대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후 입대하기 전 방송사 라디오 합창단원(클래식) 오디션에 합격해 잠시 방송사와 인연을 맺은 적이 있다. 그때 합창단은 방송사 예능국 소속이었다. 예능국에는 대중가수 탤런트 코미디언 합창단원이 모두 포함돼 있었다. 오래전부터 방송사가 쓰던 용어지만 방송 프로그램에서의 연예(演藝)프로와 예능(藝能)프로는 엄연히 구분되었다. 물론 우리도 그 의미를 다르게 인식했다. 아직 우리사회의 교육, 문화, 예술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연예와 예능은 그 뜻이 분명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예능은 재주와 기능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사전적 의미는 ‘연극 영화 음악 미술 등의 예술과 관련된 기술과 재주’를 뜻한다. 예능은 예술(藝術)과 같은 뜻으로 통용되지만 예술이라는 큰 범주에 포함되는 용어다. 예능은 전통예술로서 옛날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품격을 갖추는 데 필요한 교양으로 인식되었고 시와 음악, 회화, 가무 등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러한 예능의 요소들은 조화로운 인간을 만드는 기초 예술이라고 미학(美學)에서는 말하고 있다.

반면 연예의 사전적 의미는 ‘대중 앞에서 음악 무용 마술 만담 쇼 등을 행하는 재주’를 말한다. 연예는 대중예술에 포함되는 용어다. 대중예술 장르 중 코미디는 그 어원을 그리스 신화에서 찾을 수 있는데 Comustode(축제의 노래)의 음주, 가무에서 유래된 말이다. 코미디는 전통 연극 장르에서 희극의 개념이며 노래나 말, 몸짓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극을 말한다. 근래에는 TV 장르로 발전하여 시사적인 내용이나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소재로 대중에게 웃음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코미디는 TV 버라이어티쇼 프로에서 ‘익살스러운 행위와 해학, 임기응변의 기술로 대중의 폭소를 자아내게 하는’ 개그와는 구분된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과장된 연기로 웃기는 코미디보다는 말재주로 웃기는 개그가 더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개그 인기끌며 ‘예능’과 혼동

어쨌거나 예능의 의미가 대중이 즐거워하는 오락적이고 순간적인 재예(才藝) 전반을 지칭하는 말로 바뀌어 연예의 의미와 혼용되어 사용됨으로써 현재 학교교육에서의 예능교과(음악과 미술, 무용 등 전통예술 교과를 지칭)가 코미디언, 개그맨의 재예를 교육하는 교과목으로 바뀌어 인식되고 있다. 그로 인해 예능교과의 본질과 예술교육의 기본 개념, 정의 또한 바뀌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물론 사회에서 통용되는 언어는 사용되는 행태에 따라 그 뜻과 의미가 변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이해하고 그 뜻이 통하면 말의 의미도 바뀐다는 뜻이다. 그것을 ‘언어의 시대성’이라고 한다. 우리말과 글도 그렇게 변하여 왔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대중매체가 사려 없이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언어의 오용을 일시적인 유행어로 넘겨버리기에는 우리사회의 교육 문화 예술에 미치는 혼란이 너무 크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연예인(演藝人)을 ‘게노진’이라고 하며 한자로 예능인(藝能人)으로 표기했다. 아직도 그 뜻은 연예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연예인들의 개그 프로가 인기를 끌고 방송의 인기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 연예프로와는 다른 명칭이 필요했다. 방송 관계자들이 일본 방송프로그램이나 자료를 참고하는 과정에서 일본식 한자를 그대로 사용해 생긴 오남용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떻게 바로잡을까? ‘완전(?) 맛있다’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사용해야 할 말이다.

윤영배 을지대 교수·음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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