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용규]정말 교실에서 체벌을 몰아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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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5일 03시 00분


윤용규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용규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작년 하반기 일부 교육청이 ‘체벌 전면 금지’를 선언한 데 이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자 올 3월 교육과학기술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학생 지도에 관한 새로운 지침을 제시한 점은 같지만 이 규범들의 앞날은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는 인권조례와 달리 개정 시행령은 간접체벌을 허용하고 있어 내용상 서로 대립하는 데다 양자는 상하위법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위의 체벌 관련 규범들은 학생 지도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5초 체벌 사례’처럼 어려움과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 학생을 위한다는 인권조례와 시행령 간의 불화는 규범적으로도 그렇지만 교육주체(교사 학생 학부모)와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나친 자기주장 속에 뭔가 중요한 것을 빠뜨린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와 같은 새로운 입법보다 정말 필요했던 것은 교육법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지키려는 노력이었다. 10여 년간 체벌논란을 지켜봤지만 의도적이라고 할 만큼 이 점이 무시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교육법규는 이미 10여 년 전에 체벌금지를 선언했는데 새삼 체벌 ‘전면 금지’를 강조한 것도 그렇고, 체벌 발생의 원인을 개정 전 시행령(31조 7항)과 학칙 탓으로 돌리는 것도 그렇다.

법규를 제대로 살폈거나 체벌사례에 대한 실태 분석이라도 했다면 안 그랬을 것이다. 모든 규범은 원칙에 대한 예외를 통해 충실한 입법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예외’의 엄격함인데 시행령과 학칙의 요건이 얼마나 까다로웠던지 오히려 체벌을 금지한 것과 같을 정도였다. 실제로 시행령과 학칙의 체벌 조건에 따른 이른바 ‘허용된 체벌’은 그 예를 찾기 어렵다. 시행령의 예외적 허용은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므로 정작 우리가 했어야 하는 일은 금지돼 있는 체벌이 자꾸만 행해지는 현실에 대한 고민이었다. 체벌 금지가 법전 속에서만이 아니라 교육현장에서도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힘을 기울여야 했던 것이다.

싫든 좋든 우리는 체벌의 오랜 전통과 그것이 학생 지도의 일정한 영역을 담당해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체벌이 종잇장 위의 선언만으로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과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지도방법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리 없다는 것도 모르지 않았다.

대체 지도 방법은 교육주체 간의 소통 위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 지도에 대한 구성원 간의 공감대와 규범의식이 형성돼 규범 준수를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체벌 금지 정책의 시행 못지않게 그것을 위한 준비에 소통과 시간의 투자를 선행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예컨대 서울시교육청은 2010년 11월 1일 전면적 체벌 금지를 시행한 후 보름이 지난 뒤 ‘체벌금지 매뉴얼’을 배포했다고 한다. 보름이 아니라 15개월 전에 배포했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일선 교육청이나 이에 맞서 시행령을 고친 교과부의 처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조례는 상하위법 간 규범질서를 교란할 소지도 있다. 이런 점들이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조례의 내용에는 찬성하면서도 그 입법이 시의적절하였는지에 대해 회의를 갖게 하는 이유다.

또 간접체벌의 허용 범위를 확장한 교과부 역시 체벌문제를 인권 지향적으로 해결해 나갈 소임을 망각했을 뿐만 아니라 소관 법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나아가 헌법을 비롯해 학생 인권에 관한 국내외 규범에 배치되는 퇴행적 입법을 주도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진정 교실에서 체벌을 몰아내고 싶다면 시간이 들더라도 빠뜨렸던 관점부터 다시 챙겨야 한다. 체벌정책의 중심에 완고한 이념이 아닌 학생을 놓고, 어떻게 해야 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가만을 고심해야 한다. 이로부터 얻은 결실을 사범대 교과과정과 교원연수 등 온갖 경로를 통해 이해를 확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용규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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