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우파란 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구로구 주민에게 양해부터 구해야겠다. 사실 이 말은 실제 서울 구로구에 사는 사람들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강남좌파의 대칭개념으로, 중산층 내에서 상대적으로 하위권 소득그룹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은평우파도, 관악우파도, 금천우파도, 강서우파도 구로우파와 비슷하다.
민주당의 꼼수를 심판할 구로우파
구로구는 더 이상 예전의 구로구가 아니다. 구로의 이미지를 만든 구로공단은 정보기술(IT)기업이 상주하는 구로디지털단지로 변했다. 신도림역과 구로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섰다. 당연히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면면도 바뀌었다. 강남좌파들처럼 유학 가거나 고시에 붙지는 못했지만 회사원으로 혹은 자영업 창업자로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구로우파의 생활이 이제는 넉넉해졌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40대 가장이 한 달에 세금 제하고 400만∼500만 원을 벌어도 저축을 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런 가정의 주부가 주민투표일을 정확히 기억했다가 어디 있는지 찾기도 힘든 주민투표장까지 찾아가 한 달에 5만∼6만 원짜리 공짜 급식을 거부하는 데 표를 던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구로우파가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표를 던진다면 그건 작은 기적이고 한국의 미래는 희망이 있다.
구로우파는 왜 자신에게 당장 이익이 될 수 있는 무상급식에 반대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민주당이 지난해 지방선거용으로 들고 나와 재미를 본 전면 무상급식 공약이 정치적 ‘꼼수’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3+1 복지공약’ 중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과 달리 무상급식은 복지의 족보에도 없다. 유럽 복지국가의 전형인 프랑스 독일 영국에도 없고 복지 남발로 나라가 휘청거리는 ‘돼지들(PIGS)’ 국가, 즉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에도 없다.
전면 무상급식은 처음 도입한 곽노현 교육감만 생색을 낼 수 있고, 이후의 교육감에게는 그가 진보든 보수든 부담으로만 남는다. 해가 지나고 관심이 시들해지면 무상급식은 예산 증가가 식자재비 증가를 따라잡지 못해 반드시 음식의 질 저하가 일어난다. 아이들은 건강권을 빼앗길 것이다. 강남좌파처럼 이 구실 저 구실 만들어 병역을 면제받은 적도 없고, 강남우파처럼 부동산 투기를 위해 위장전입을 해본 적도 없는 구로우파야말로 이런 꼼수를 심판해야 할 세력이다.
전면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일부가 아니다. 의무교육을 가장 먼저 실시한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 지금까지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해본 적이 없다. 영국이 보어전쟁 때 영양 상태가 부실한 신병(新兵)이 많은 것을 보고 1906년 무상급식을 도입했지만 의무교육 차원에서 그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면 무상급식을 한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고 영양부족이 우려되는 아이들에게만 제공하면 충분한 것으로 여겼다. 의무교육의 역사도 살펴보지 않고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이라는 거짓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것이 이 나라 지식사회의 수준이라면 선진국이 되기도 어렵다.
아이들 점심 값 세금으로 청구될뿐
스웨덴 등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 전면 급식이란 게 있기는 하다. 스웨덴은 사회민주당이 혁명적 마르크스주의를 버리고 개량주의로 전환해 1930년대부터 집권했지만 집산주의 이념을 많이 간직한 나라다. 여성의 취업률을 획기적으로 높여 일하게 하는 대신 아이들의 급식은 나라가 책임지는, 공산주의와 유사한 노동복지정책을 쓴 것은 그런 연유다. 스웨덴의 전면 급식은 주부들이 일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지, 주부의 도시락 싸주는 수고만 덜어주려는 게 아니다. 세계에서 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인 스웨덴에서 급식비는 세금에서 충당되니까 정확히는 무상도 아니다. 급식은 전면적이 되는 순간 더는 무상일 수 없다. 고지서가 모든 사람에게 세금으로 청구될 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