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S&P가 설립된 1941년 이후 70년 만에 처음이다. S&P는 미국 정치권과 행정부가 부채상한 증액에 합의했지만 재정적자를 줄이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과거 다른 나라의 신용등급 하락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문제의 핵심은 재정 악화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충격적 뉴스는 지난주 국제 금융시장 거래가 끝난 뒤 전해졌다. 오늘 문을 여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금융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경제 재침체 및 유럽 재정위기 우려로 최근 세계 각국 주가는 연일 급락했다. 한국의 코스피는 이달 2∼5일 나흘간 10% 이상 폭락했다. 이 때문에 주가 반등을 점치는 관측이 적지 않았지만 새로운 대형 악재가 불거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S&P의 발표 이후 해외에서는 ‘달러 몰락의 서막(序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경제 질서의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각국이 공조해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대처했다. 그러나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경제권이 모두 재정 불안에 시달리면서 추가로 투입할 ‘실탄’이 마땅찮다.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악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역 의존도가 82%나 되는 한국경제는 해외 변수에 유난히 취약하다. 미국 등 주요국 경기가 침체하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은 직격탄을 맞고, 경제성장률과 기업 수익, 개인 소득을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증시와 외환시장도 출렁거린다. 금융 및 실물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해법을 모색할 때다.
정부는 어제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3년 전 글로벌 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을 맞아 한국은행은 당분간 금리 추가 인상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가 관리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매달려 더 중요한 대내외 경제균형을 흔드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금융상황 혼돈을 틈타 해외 투기자본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장난을 칠 우려도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를 넘는 만큼 투기자본이 준동할 조짐이 보이면 보유외환을 활용해 정면 대응하고 시장의 지나친 공포 심리를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미국 백악관은 “경제를 강화하고 좀 더 강한 재정상황을 만들기 위해 선출직 지도자들이 합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권의 정쟁 중단과 단합을 호소했다. 우리 정치권도 경제 문제에 관한 한 초당적 협력이 긴요하다. 최근 불거진 세계 각국 경제의 위기는 모두 재정 불안에서 비롯됐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정부 정치권 기업 국민이 공유(共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