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리히터 규모 9.0에 이르는 초대형 지진으로 2만 명 이상의 사망자 및 행방불명자를 낸 전후 최악의 참사였다. 수많은 도시를 폐허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대형 원전사고까지 초래했다. 이 강진 여파로 지금 일본은 말 그대로 전력대란이 현실화돼 심각한 사태를 겪고 있다. 도쿄 시내는 계획 정전으로 불야성을 이루던 모습은 먼 옛날이 됐고 잇따른 정전 사태로 기업의 경제활동에도 치명적 영향을 받고 있다. 오죽하면 37년 만에 ‘전력 제한령’까지 부활하게 됐을까.
전력대란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전 스트레스 테스트(내구성 진단) 실시 방침에 따라 전력대란 공포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는 테스트 기간에 원전 가동이 중단될 경우 대지진 피해에서 겨우 벗어나려는 산업계 전반에도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전력대란이 이웃나라 일본 만의 일일까. 국내 전력시장을 한 번 살펴보자. 올여름 폭염으로 예비전력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전력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늘어나는 냉방수요로 곳곳에서 정전사태를 빚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는 올여름 최대전력수요가 7477만 kW로 전망되지만 전력 공급능력은 7897만 kW에 불과해 빠듯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전력 공급량이 충분치 못해 전력대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공급 예비력은 420만 kW, 예비율 5.6%로 마지노선인 400만 kW 이하로 떨어질 경우 대규모 정전사태마저 우려된다. 다행히 우리는 전기 생산의 주요 에너지원인 원전 21기 모두를 정상 가동해 국가 전력의 3분의 1 가까이 공급하고 있어 큰 탈 없이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 에너지가 단순히 한 국가의 일이 아니라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원자력 에너지의 존폐 논란까지 불러왔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당장 원자력을 포기한다면 지구 온난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돼 더 큰 재앙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이다. 100만 kW급 한국표준형 원전 1기는 석탄 발전에 비해 연간 750만 t의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원전을 포기하고 화력으로 대체해 장차 기후협약으로 탄소세를 지불할 경우 1억1000만 t의 탄산가스 추가 배출로 12조4000억 원을 더 써야만 한다. 이럴 경우 우리 경제에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물론 조력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은 시급한 과제다. 그러나 신재생 에너지에서 원전처럼 값싸고 풍부한 전기를 얻으려면 아주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가 안착될 때까지 원자력 에너지를 징검다리 삼아 환경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인류 대재앙’으로 불리는 지구 온난화를 지켜만 볼 것인지는 우리가 선택해야 할 문제다.
원자력 발전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걱정하고 ‘방사능 비’라는 과장된 보도에 더욱 공황 상태를 경험했다. 그러나 우리 원전의 이용률은 세계 평균을 훌쩍 뛰어넘으며 원전 운영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 원전에 대한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원자력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원전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판단이 절실하다. 우선 불필요하게 증폭되는 ‘원전 공포심’도 진정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원전 운영자들도 안전에 안전을 더하고 어떤 천재지변에서도 안전하게 운영해 국민에게 신뢰감을 줘야 한다.
인류는 항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발전해 왔다. 일본 대참사를 교훈으로 더 깊은 안심을 주도록 한다면 원전만큼 좋은 에너지원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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