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희정 충남지사의 ‘한미 FTA’ ‘희망버스’ 바른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이달 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노무현 정부의 협상은 잘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나빠졌으니 비준에 반대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재협상은 미국 자동차업계의 주문을 반영한 것으로 재협상 전과 (이익균형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FTA를 찬성하면 보수고 반대하면 진보라는 구분에 동의할 수 없고 이는 국민의 눈높이와도 맞지 않다”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4개 야당은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정책연합에 합의하면서 한미FTA 재협상안 폐기를 공통 목표로 삼았다. 더구나 민주당은 작년 12월 이 정부의 재협상으로 이익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당론으로 정해 놓았다. 노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었던 안 지사가 소속 정당의 당론과 정면 배치되고 야권 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발언을 하기까지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FTA 협상을 타결한 것은 노 정부의 대표적인 업적에 속한다. 그런데도 노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민주당의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은 한미 FTA를 부정한다. 손학규 대표는 한나라당 시절 한미 FTA를 적극 지지했고 민주당으로 옮겨와서도 초기에는 찬성하더니 요즘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적통(嫡統)을 자처하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얼마 전 좌파정당과의 통합을 의식한 듯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그렇게 하자고는 못 했을 것”이라고 돌아섰다. 정치적 이익에 눈이 어두워 무엇이 진정한 국익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는 것 같다.

민주당이 정녕 국익을 생각하고 민생을 걱정한다면 꼬투리 잡기를 그만두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길게 보면 국가 발전을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정치인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

안 지사는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에 항의하는 ‘희망버스’ 투어에 대해서도 “직업 정치인은 단위 사업장의 문제를 뛰어넘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입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어도 자기가 집권세력을 만들겠다고 하는 정치인은 희망버스에 몸을 실으면 안 된다”고 부산 영도조선소에 몰려간 정치인들을 비판했다. 안 지사처럼 바른말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와야 민주당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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