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미국 유럽 재정위기 우려에 따른 세계 증시의 동반 추락이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어제 서울 증시의 코스피는 한때 184포인트나 급락했다가 연기금이 주식 매입에 나서면서 전날보다 68포인트 하락한 상태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엿새(거래일 기준) 동안 코스피는 370포인트(17%)나 폭락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국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으며 8일 미국 유럽 증시 역시 급락했다. 아시아와 구미(歐美) 증시가 돌아가며 폭락하는 공포의 악순환이 나타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국가 신용등급을 낮춘 뒤에도 미국은 세계 1위의 경제대국에 걸맞은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 못지않게 재정 불안에 시달리는 유럽과 일본은 자기네 앞가림을 하기에도 급급하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보탰던 중국 등 신흥 경제대국도 이번엔 속수무책이다. 3년 전보다 각국의 재정투입 여력이 낮아졌지만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침몰을 막기 위한 국제공조가 절실하다.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보호주의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은 위기를 불러온 직접 당사국이 아닌데도 금융시장 충격은 더 크다.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눈에 띄게 늘었다. 국내외 투기세력이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 하락 후 다시 주식을 사서 갚아 차익을 챙기는 공(空)매도도 늘어났다. 주가와 함께 원화가치도 연일 하락(원화 환율은 상승)했다. 자본 및 외환시장의 개방 폭과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의 구조적 한계가 이번에도 두드러졌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현재 금융시장을 ‘비상(非常) 상황’으로 규정하면서 금융당국자들이 ‘전선(戰線)의 군인’ 같은 자세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식 외환시장은 말할 것도 없고 금융 불안이 길어지면 소비, 수출, 경제성장률, 경상수지 등 실물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 전체가 비상 경제체제에 돌입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시 혼란을 틈타 국내외 투기세력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감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4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외채 관리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미국 유럽 일본에 치중된 외화차입 구성을 중국과 중동지역 등으로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추가 재정투입이 어려워진 현실에서 경제계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지나친 기업 때리기나 발목 잡기는 금물이다.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쟁(政爭)이 경제위기를 더 확산시켰음을 우리 정치권은 유의해야 한다. 가계(家計) 부문 역시 위기의식은 갖되 지나친 공포에 휩싸여 지갑을 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경제는 과거 1, 2차 오일쇼크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등 숱한 어려움을 헤쳐 온 경험이 있다. 정부 정치권 기업 국민이 모두 비상한 각오로 2011년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