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강환]화성을 향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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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0일 03시 00분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
1898년 출판된 H G 웰스의 ‘우주전쟁’이라는 소설에서 지구는 지구인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화성인들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된다. 화성인의 침략이라는 웰스의 상상력은 놀랍게도 당시로서는 ‘과학적’ 발견에 근거한 것이었다. 미국의 유명한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망원경으로 화성을 관측해 화성에 인공적으로 만든 ‘운하’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 정도의 대규모 운하를 만들 수 있다면 지구인들보다 과학기술이 더 뛰어난 존재가 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후 그가 보았다고 생각한 운하는 착시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1965년 7월 탐사선 마리너4호가 화성에서 약 1만 km 떨어진 곳을 통과하면서 찍은 사진을 본 사람들은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화성의 표면은 분화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 황량하기만 했던 것이다. 이어서 1976년 7월 탐사선 바이킹1호가 화성에 착륙해 지구로 사진을 보내왔다. 사진에는 작은 돌들이 표면을 덮고 있는 황량한 적갈색 풍경만 찍혀 있었다. 화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하겠다는 꿈은 여기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화성은 그냥 바라만 보고 있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었다. 지구보다 크기는 작지만 지구처럼 계절의 변화가 있고 엷지만 대기도 있으며 자전주기도 지구와 비슷하다. 그리고 비록 고등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지만 미생물 형태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화성 탐사를 멈추지 않았다. 1997년 패스파인더호, 2004년 스피릿과 오퍼튜니티호가 화성에 착륙해 과거 화성에 물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5년 발사된 화성탐사위성(MRO)은 최근 화성에 흐르는 물이 있다는 증거를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액체 상태의 물과 생명체의 존재를 연관시키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물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액체 상태의 물질이 존재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생명체를 이루는 분자들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액체 상태의 물은 다양한 종류의 화학물질을 녹일 수 있어 복잡한 분자가 만들어질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된다. 실제 지구에서도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물이 얼면 동면하다가 봄이 되면 다시 깨어나는 미생물도 존재하기 때문에 화성에도 이와 유사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인가? 이것은 모든 인류가 해답을 찾고 있는 문제다. 만일 화성에서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이것은 지구의 생명체가 우주에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다. 이것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보다 인류 역사에서 더 중요한 발견이 될 것이며, 우리가 인류에 대해 생각하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미국은 올해 11월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를 집중적으로 탐사할 큐리오시티호를 발사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유인탐사선을 보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유럽과 일본, 중국 등도 나름대로의 화성 탐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1969년 달을 정복하고 20세기의 주인공이 되었듯이 화성을 처음으로 정복하는 나라가 21세기의 주인공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화성을 향한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도 이제 우리만의 꿈을 꾸어야 할 때가 아닐까.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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