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탈북자의 북한 인권에 대한 국회 청문회 증언이 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한나라당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권재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탈북자 김혜숙 씨를 증인으로 불러 권 후보자의 북한 인권정책을 검증하려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를 반대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탈북자 김 씨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이는 어불성설이다. 법무부는 북한 인권 개선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법무부는 2007년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에 북한 인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발표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외교적 노력, 국내 비정부기구(NGO) 활동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따라서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북한인권 문제는 응당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회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부각될까 우려해 탈북자 초청까지 거부하는 옹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얼마나 적대적인지 잘 보여준다.
정말 부끄럽고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한국 국회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탈북자를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여 북한 인권 실상에 대해 경청해본 적이 없다. 지금 국내 탈북자가 2만2000명을 넘었는데도 말이다. 한국 국회가 탈북자에 무관심한 반면 다른 나라들은 이미 수차례 탈북자를 초청해 북한인권 청문회를 개최해 왔다.
미국 의회는 1997년부터 평균 1∼2년에 한번씩 탈북자들을 불러 북한인권청문회를 개최했다. 왕복 항공기 요금과 호텔 숙박비까지 다 지불하고 말이다. 유럽연합(EU) 의회는 2006년부터 탈북자를 초청해 청문회를 하고 있다. 작년에도 했고 올해도 했다. EU 의회는 유엔에서 북한 반인도범죄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영국 의회도 2004년부터 거의 매년 탈북자를 초청해 북한인권 청문회를 개최했다. 필자도 이번에 한나라당이 초청하려 했던 탈북자 김혜숙 씨와 함께 올해 6월 영국 의회 청문회에 참석했다. 김 씨는 1975년부터 28년간 북한 북창수용소에 감금돼 있었다. 북한인권 문제를 정확히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김 씨는 영국 의회뿐 아니라 2010년 이탈리아 의회, 올해는 캐나다 의회 청문회에서도 증언을 했다. 김 씨는 최근 필자와의 통화에서 외국에서는 환영받는데 정작 조국에서는 민주당의 반대로 자신의 증언이 무산된 데 대해 서운한 감정을 토로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가 우려스러운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민주당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외면을 종북세력인 민노당과의 야권통합 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민노당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런데 북한인권 문제가 부각되면 민노당과의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여 전략적으로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민주당의 행태는 마치 괴테의 파우스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것과 유사하다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민주당은 집권을 위해 자신의 기본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우리시대의 영혼을 종북세력에 팔고 있지 않은가.
지난달 영국 의원들은 한국의 4당 대표에게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북한인권법도 조속히 통과시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북한인권을 증진하는 것이 한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 편지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은 탈북자의 국회 증언을 거부했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일종의 폭거이자 국제사회를 지탱하는 근본 가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민주당은 대한민국 정치를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은 민주당의 반인권적 행태가 지속된다면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 민주국가 의원들의 편지가 계속 날아올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얼마만큼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사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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