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폭동은 과거 유사한 폭동과 비교해 약탈 같은 범죄 행위가 두드러진다. 약탈에 가담한 계층과 인종, 연령대도 다양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폭동은 다름 아닌 범죄성에 의해 야기됐다”고 비판했고,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 당수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영국 사회에 도덕 재무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각 개인의 범죄성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다.
이번 영국 폭동은 2005년 프랑스 폭동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위기를 드러냈다. 유럽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두 나라 역시 청년 실업률이 높고 특히 흑인 등 소수 인종에게서 실업률이 두드러진다. 주로 대도시나 그 교외의 빈곤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소외를 몸으로 느끼며 산다. 간격이 6년이나 되지만 영국과 프랑스의 폭동에는 빈곤과 인종 문제에 겹쳐 사회의 주류로 들어가지 못해 절망하는 청년들의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
유럽이 과거 높은 복지를 구가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번영의 30년’을 거치면서 쌓아놓은 경제적 여력 때문이다. 그 여력은 사실 오래전에 바닥이 났다. 2008년 미국 월가발(發) 금융위기가 유럽에서 재정적자 위기로 이어진 것은 유럽 국가가 더는 빚잔치를 벌일 수 없을 만큼 재정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침체된 경제와 복지 축소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저숙련 저임금 중하류 계층이고 연령별로는 청년층이다. 나라가 휘청거리는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는 긴축에 항의하는 젊은이들의 격렬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젊은이에게 중요한 것은 일자리다. 아랍권 혁명을 촉발시킨 튀니지에서는 일자리 없이 거리 행상을 하던 젊은이가 경찰에 생계수단을 빼앗기고 분신한 데 항의해 시민들이 들고일어났다. 이집트에서도 혁명에 불을 붙인 것은 일자리 없이 거리를 방황하던 수많은 젊은이였다. 남미의 칠레는 우리나라처럼 독재정권을 경험하고 신자유주의 노선을 택해 경제 발전에 성공한 나라다. 경제사정이 나빠지자 비싼 등록금에 시달리던 칠레 대학생들은 정부의 대학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부모 세대 때와는 달리 경제가 성장해도 일자리는 늘지 않아 청년들의 미래가 불안한 것도 한국과 칠레가 비슷하다.
국가가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경제침체기의 지구 곳곳에서 젊은 세대는 좌절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기업과 더불어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다하고 젊은이들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