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에선 ‘블랙베리’ 소동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 상원의원 및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 무선 e메일 송수신 및 통신수단으로 애용하던 블랙베리를 대통령이 된 뒤에도 사용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대통령 경호실(SS)은 국가안보국(NSA)까지 동원해 데이터 송수신 시 특수 암호화 작업이 이뤄지는 1호 휴대전화 ‘버락 베리’를 만든 뒤에야 오바마의 무선전화 사용을 허락했다. e메일 해킹과 동선(動線) 추적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존 F 케네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한 경험이 있는 미국의 대통령 경호는 철통같다. 방탄 기능은 물론이고 도로에 매설된 급조폭발물(IED)이나 지뢰 공격에도 끄덕 없는 전용차량을 세계 어디나 2대씩 가져간다. 방문국의 경호인력 지원 제안에도 언제나 “노 생큐”다. 미국 주요 언론은 물론이고 외신에도 대통령 일정은 거의 전부 공개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교전지역의 경우 행사가 모두 마무리된 뒤 알려주는 게 원칙이다. 동선 정보가 덜 알려질수록 경호가 쉬워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최근 북한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에게 테러를 가하려 한다는 첩보가 입수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인사에 대한 경호태세 강화 지침이 내려졌다. 청와대는 언론에 참고용으로 대통령 일정을 공개하고 있지만 행사 진행 때까지는 보도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줄 것을 요구한다. 대통령 일정 접속자에 대해서는 인터넷주소(IP)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1963년 창설돼 1968년 청와대 습격사건, 1971년 청와대 폭발미수사건, 1983년 아웅산 묘소 폭파사건을 겪은 청와대 경호처 사람들은 늘 긴장 속에 산다.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미래 권력’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동선을 파악하는 일이 대통령 일정 파악하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박 전 대표가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지를 파악하면 곧 특종이라는 담당 기자들의 넋두리가 나올 정도다. 1974년 8월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문세광의 총탄에 잃었고 2006년 5월 선거지원 유세 도중 문구용 칼에 자상(刺傷)을 입었던 박 전 대표로서는 일정 공개에 신경이 쓰일 것이다. 그런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공개 행보를 하겠다고 한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시작되면 경호 인력도 바빠질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