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장환수]무상급식과 학교체육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5일 03시 00분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학교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12일 밤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TV 토론회가 시청률 대박을 터뜨렸다. 전국 5.6%, 서울 6.6%가 나왔다. 평소보다 6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라고 한다.

스포츠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이유가 쉽게 설명이 된다. 국회의원이 호통을 치면 장관이 쩔쩔매며 변명하기에 급급한 일방적인 경기가 아니라 이론으로 무장한 두 논객의 ‘맞짱 승부’를 감상할 수 있었다. 한 지역의 두 고위 관리가 정반대의 의견을 내는 것도 흥미로운 풍경이었다.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같이 사용하는 서울 라이벌 LG와 두산이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인신공격성 발언이 가끔 나오긴 했어도 공수 교대는 원활했다. 패기의 진보가 공격하면 기성세대인 보수가 방어하는 게 상례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교육감보다 7세나 젊고 경상도 사투리가 아닌 표준말을 쓰는 시장은 공격권이 넘어오면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받아쳤다.

토론의 주제는 각론이 있지만 간단하다. 서울의 아이 모두에게 밥을 먹이느냐,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에게만 밥을 먹이느냐의 차이. 교육감은 선별 급식으로 인해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걱정했다. 예산은 곱절로 들어도 말이다. 시장은 전면 급식은 과잉복지로 포퓰리즘이란 논리를 폈다. 둘 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다만 시장은 24일로 예정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대선 불출마를 내걸었고 교육감은 이제 와서 이번 투표가 법적으로 하자가 있다며 원천무효를 주장하는 보크를 범했다는 게 문제다.

아이들 밥 먹이는 일에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어른들이 너무 나댄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육기자로서 직업의식인지, 피해의식인지 그동안 쌓였던 부아가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아이들의 밥이 중요하다면 역시 그만큼 중요한 그들의 체력은 왜 걱정해주지 않는 것인지, 고사 상태에 있는 학교체육은 어떻게 되는지 염려해왔던 화병이 도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올림픽 톱10에 드는 스포츠 강국이지만 정부의 체육예산은 전체 예산의 0.23%에 불과하다. 쥐꼬리만 한 체육예산이 그나마 학교체육 활성화에 제대로 쓰일 리 만무하다. 아무리 돈이 있어도 학교가 아이들을 운동시킬 시간과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주말·방학리그제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고교야구의 경우 4개 전국대회가 올해 통폐합돼 전기 주말리그와 후기 방학리그의 왕중왕전으로 바뀌었지만 학습권 보장은 물론이고 경기력 향상과 흥행에서 참패했다. 대학농구의 방과 후 리그는 마치 수업 듣듯이 별 다른 준비운동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말하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이러다간 황영조 이봉주가 은퇴한 뒤 마라톤이 30년 전으로 뒷걸음질쳤듯이 박태환과 김연아가 그만두면 한국체육은 다시 격투기와 양궁, 쇼트트랙의 메달 편식 현상을 겪어야 할지 모른다.

운동선수는 공부해야 하고, 일반 학생은 운동 안 해도 된다는 묵계는 더 큰 문제다. 현행 교육제도는 체육특기생이 아닌 바에야 아무리 운동을 잘해도 진학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두 분 어른께서 아이들 밥상에 그렇게 ‘진정성’이 있다면 그들의 체력증진을 위한 묘책도 강구해야 한다. 시장은 예산을 따오고, 교육감은 잘못된 교육환경을 고치는 데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 국민건강 문제야말로 나라의 백년대계와 직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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