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조선 수주에서 한국이 중국을 밀어내고 세계 1위를 탈환했다. 조선 해운 시황 전문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 한국은 892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에 314억 달러를 수주했고 중국은 517만 CGT에 88억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한국의 약진은 드릴십(심해 유전 시추선), FPSO(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하역설비)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에 힘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상반기 수주액은 180억 달러에 이른다.
품목 선정해 적극 지원을
세계 경기 불황으로 조선업 시장은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해양플랜트 산업은 향후 10년 이상 계속 발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유가가 지속돼 심해 원유 채굴이 채산성을 갖추게 됨으로써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 발주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드릴십이나 FPSO의 시장점유율은 75%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실속은 적다. 선박의 기자재는 선박 원가의 50∼60%를 차지하는데 드릴십이나 해양플랜트의 국산화율은 20% 미만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엉뚱한 사람이 챙겨가는 꼴이다.
해양 플랜트 국산화율이 낮은 이유는 오일 메이저들이 발주 단계부터 특정 제품을 지정하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기자재 품목을 선정해 적극 지원하도록 한다. 내식성 및 극저온 밸브류 등은 우리나라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주의 옵션과 선호도에 따라 확대 적용에 제한을 받는 품목이다. 이런 제품들은 선주와의 계약 단계부터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하며 대형 조선소들의 역할도 필요하다. 국산화 기자재 구매 시 세제 혜택, 금리 우대 등의 지원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둘째, 매우 뛰어난 기술을 요구하는 핵심 기자재는 공동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한다. FPSO에 설치되는 드럼 펌퍼, 글리콜 콘텍터 등 핵심 기자재의 경우 업체의 독자 개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 기관에서 구심점이 되고 대형 조선소, 기자재 업체 및 대학이 참여해 공동 개발한 뒤 적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외국 선진기업과의 전략적 기술 제휴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산 기자재 품목을 국제표준화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해양구조물 분야 세계 1위라는 점유율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쉽지 않겠지만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긴다면 국산 기자재 제품 사양이 국제표준이 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국제표준화도 서둘러야
해양 플랜트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선체 생산에만 매달리지 말고 선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부가가치의 핵심 기자재 개발에 매진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세계 조선 대국의 위상을 굳건히 지켜야 한다. 특히 기술 경쟁력이 있는 기자재 강소기업을 선정해 자금 및 마케팅 등 부족한 부분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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