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용상]한명숙 前총리의 태극기 모독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8일 03시 00분


신용상 전 재일본대한민국 민단중앙본부 단장
신용상 전 재일본대한민국 민단중앙본부 단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2주기 추도식에서 태극기를 밟고 올라가 헌화한 사건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이 6월 초부터 한 총리에 대해 국기모독 혐의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2개월이 넘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발표가 없어 미심쩍은 마음에 펜을 들었다.

오래 전 일어난 사건을 새삼스럽게 다시 끄집어내는 데 대해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태극기를 깔개로 놓고 그 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단을 설치한 노무현 추도비건립추진위원회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더욱이 한 나라의 총리를 지낸 분이 주최 측이 하라는 대로 태극기를 밟고 올라가 분향을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분별없는 행동이었다.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났음에도 대한민국 정부는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유야무야 넘어가려 하고 있다. 태극기 훼손은 정치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여야 또는 진보와 보수라는 정파적 이해를 넘어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국가 기본의 문제다.

우리 재일동포들은 대한민국과 그 상징인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비록 일본 땅에 살고 있어도 우리는 각종 행사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태극기에 충성을 맹세한다. 우리가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태극기를 어떻게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그렇게 무시할 수 있는지, 또 그런 행동을 지켜만 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일제강점기를 벗어나 자유를 되찾을 때 우리 재일동포는 태극기를 부여잡고 환호하며 눈물을 흘렸다. 결코 먼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에서 온갖 차별을 받아가면서도 우리가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신적 뿌리인 조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에 북한을 찬양하고 숭상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적어도 지켜야 할 공동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들도 내가 존중하고 사랑하는 나라와 국기에 대해 존중해 줘야 한다. 대한민국의 일부 세력이 그렇게 무시하는 태극기를 지키기 위해 피를 흘린 분들이 있다. 행여 그걸 지켜내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살아온 사람도 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대한민국 정부가 철저히 조사하고 응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

신용상 전 재일본대한민국 민단중앙본부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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