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 국민에게 이익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8일 03시 00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어제 개최한 공청회는 대기업에 대한 의원들의 성토장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현직 회장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에 불려간 허창수 회장은 해외 출장 일정을 일부 취소하고 귀국해 공항에서 바로 국회에 갔지만 한 시간 늦게 도착했다고 혼이 났다. 공청회는 허 회장이 올해 6월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에 대해 쓴소리를 한 것에 보복하는 인상을 풍겼다.

정치권이 기업인을 비판할 수 있듯이, 기업인도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할 수 있어야 민주 국가다. 정치인들은 무책임한 말을 밥 먹듯이 하면서 기업인의 고언에는 ‘건방지다’고 위협하고, 기업인이 몇 달 전부터 예정한 해외 비즈니스 일정을 정치권의 압박 때문에 취소하면서까지 국회에 불려가는 현실은 비정상이다. 미국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최근 미국 재계 리더들에게 e메일을 보내 “재정적자 문제 해결 같은 국가 문제보다 선거 캠페인에만 관심을 쏟는 정치인들에게 정치 후원금을 내지 말자”고 촉구했다. 요네쿠라 히로마사 일본 경단련 회장은 올해 2월 “세금으로 세비(歲費)를 받으면서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 의원은 봉급 도둑”이라며 일본 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일부 대기업 및 기업인의 일감 몰아주기나 변칙적 경영승계 같은 행태는 잘못이다. 전경련 실무진의 ‘기업별 정치인 로비 대상 선정 문건’ 작성도 구태다. 기업인들이 건전한 시장경제 정착을 위해 자발적으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대기업을 비판하더라도 공과(功過)를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말 현재 30대 그룹 임직원은 1년 전보다 9만 명 늘어난 106만 명이었다. 30대 그룹 고용 증가율 9.5%는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증가율 1.4%의 6배를 넘는다. 대기업들이 주도한 지난해 우리나라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2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 개 회원국 가운데 1위였다. 이런데도 정치인들은 “대기업이 일자리와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고 몰아세우며 사회적 반감을 부추긴다.

기업의 1차적 존재 이유는 경영혁신으로 회사를 키우고 이익을 내면서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는 일이다. 국부(國富)의 큰 부분도 여기에서 나온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중요하지만 기업을 자선기관처럼 다루면 기업과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소지가 커진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못지않게 기업에 대한 정치와 사회의 책임도 중요하다. 정치인들은 대기업을 때리는 것이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가 장래를 생각한다면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기업인이 기업 할 의욕을 상실할 지경으로 몰아가면 국민의 이익을 해치는 결과를 낳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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