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인규 KBS 사장, 이승만 다큐 不放 책임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8일 03시 00분


KBS가 특집 프로그램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의 첫 순서로 5부작 다큐멘터리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기획하고 광복절에 맞춰 방영할 계획이었으나 뒤로 미뤄졌다.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단체들이 주축이 돼 KBS 앞에서 “이승만을 미화한다”며 방영 반대 집회를 벌이자 굴복했다.

반대 시위를 주도한 민족문제연구소의 방학진 사무국장은 지난달 시위에 나와 “8월에는 이승만 찬양 다큐가 있고, 9월에는 박정희기념관이 문을 열며, 내년 12월에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들어선다”며 “앞으로 여러분을 자주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공세는 올해 6월 KBS가 6·25전쟁의 영웅 백선엽 장군을 소재로 한 다큐를 방영할 때부터 시작됐다. 광복, 건국, 전란(戰亂) 극복, 산업화, 경제 발전 등 대한민국이 걸어온 과정에 ‘친일’ ‘독재’라는 꼬리표를 붙여 폄훼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런 바람몰이를 통해 공영방송 KBS를 길들이려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좌파 세력들은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방송법 개정 등 언론 이슈가 나올 때마다 ‘이명박 정권이 언론 장악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말살하려 하고 있다’며 언론 자유를 들먹였다. 그러면서 KBS의 도로를 점거한 채 1년 가까이 준비해온 이승만 다큐의 방영 중단을 관철했다. 남이 하면 언론 자유 말살이고 자기들이 하면 정의 구현인가. 공영방송의 편성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맥없이 주저앉은 KBS도 문제다. KBS는 이승만 다큐에 대해 “역사 다큐멘터리인 만큼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해 공명정대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같이 다루겠다는 뜻이었다. 광복절에 이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은 제작진과 시청자 사이의 약속이었다. 김인규 KBS 사장은 공영방송의 수장(首長)으로서 당당하게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결과에 대한 평가를 시청자에게 맡겨야 했다. KBS의 경영진이 이렇게 허약하니 좌파 사관(史觀) 세력이 더 기를 쓰고 있다.

KBS는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민주당을 도청한 의혹을 받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 추구에나 관심이 있지, 국민의 전파(電波)를 쓰고 있는 공영방송 주체로서의 역할의식과 책임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인규 사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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