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지원 범위에 관한 선택을 묻는 24일의 서울시 주민투표는 액면 그대로만 본다면 서울시의 전면 무상급식 여부에 국한된 문제다. 그러나 대국적으로 보면 서울시의 무상급식을 넘어 전국의 무상급식, 나아가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등록금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무상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국민의 뜻을 묻는 중대한 의미가 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도 관련된 사안이다.
이번 주민투표는 서울시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279만5761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 성립되고 개표가 이뤄진다. 이번 주민투표처럼 휴일이 아니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가 치열하게 대결했던 4·27 서울 중구청장 보궐선거의 투표율이 31.3%였다. 이번에는 민주당이 투표 불참운동에 나서 한나라당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총력을 기울여도 33.3%를 넘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일치단결해야 할 한나라당에서 자중지란(自中之亂)이 나타나고 있어 볼썽사납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어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세훈 시장이 당과 한 번도 상의한 적 없는 주민투표에 대해 왜 당이 깊은 수렁에 빠지는가”라면서 “중앙당이 지금이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무상급식에 대한 개인적 소신을 떠나 투표일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이 할 말이 아니다. ‘적극적 지원’을 표명한 당 지도부의 합의에도 어긋난다.
주민투표에 임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세도 전반적으로 소극적인 편이다. 일부 사회단체와 연대해 투표 불참을 유도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민주당과 대비된다.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서울의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 중 3분의 1밖에 안 움직인다”고 비판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유 최고위원의 발언이 박근혜 전 대표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친박계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는 오 시장의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민투표를 친이(친이명박), 친박의 관점이나 오 시장 개인의 일로 보는 분위기도 있다. ‘무상복지 포퓰리즘과의 전쟁’을 치러야 할 한나라당의 지리멸렬(支離滅裂)이 한심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