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18 전월세 시장 안정방안’은 올해 1, 2월에 나온 전월세 대책을 확대하거나 규제를 약간 더 푼 수준이어서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임대사업자로 인정해 세제(稅制) 혜택을 주는 기준을 현행 3채에서 1채로 완화한 것이나 전세자금 대출한도 증액은 2월보다 조금 더 나간 ‘찔끔 대책’의 전형이다.
정부는 전월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다주택자 규제를 더 풀 필요가 있다. 올해 초 신한은행 조사 결과 주택을 살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는 교통, 주거환경의 쾌적성, 편의시설 순으로 나왔다. 주택의 투자가치보다 주거여건 위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저출산과 핵가족화, 1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거주 공간으로 인식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제 정상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주택을 구입하고 등록하는 다주택자는 투기꾼보다 사업자로 봐야 한다.
‘8·18 대책’에 대해 시장은 “향후 두세 달 사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예고된 ‘가을 전세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공급이 태부족인 상황에서 세제혜택을 더 준다고 전월세 물량이 늘어나거나 전세금이 안 오르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하반기 서울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지에서 1만6000여 가구의 원주민 이주가 이뤄진다. 그중 1만여 가구가 집을 옮겨야 하는 강남권에서 전월세 물량 확보 전쟁이 벌어질 판이다. 여윳돈 투자자들이 주택을 추가로 매입할 만큼 주택 공급량이 많지도 않다. 전월세시장과 매매시장은 연결돼 있다. 활력을 잃은 매매시장이 전세시장 수급 불균형과 전세금 급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주택 구입 여력이 있지만 시장이 살아나지 않아 전세로 살고 있는 실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도록 유인책을 줘야 한다.
작년 우리나라의 총주택 중 공공임대주택은 6.2%에 불과했다. 유럽 등 주요국은 20%가 넘는다. 우리의 장기 목표 15%에 가까워지려면 공공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어야 한다. 정치권이 주문한 전월세 부분상한제는 오히려 공급물량을 줄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쏟아낼 주택시장 부양 요구에 대해서는 정부가 후유증까지 고려해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