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5학년도부터 전문계고 특별전형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지난달 6일 입법예고했다. 전문계고 졸업생의 71.1%가 대학에 진학하고 불과 19.2%만이 취업하는 현실에 대한 처방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전문계고 졸업생이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주된 이유로 특별전형 제도를 지목한 것은 잘못된 사실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전문계고 졸업생 15만6000명 중 특별전형에 의한 대학 진학자는 1만 명(6.4%)에 불과하다. 나머지 10만 명이 왜 전문대와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
그간 우리 사회는 전문계고 졸업자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인색했다. 취업을 원해도 15% 정도가 취업을 못할뿐더러, 취업에 성공해도 비정규직과 저임금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력중시 풍조로 고졸 취업자는 대졸 취업자에 비해 보수와 승진에서 불리한 대우를 평생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졸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2007년 대졸자가 160이던 것이 2010년에는 173으로 벌어졌다. 노동시간은 고졸자가 오히려 6.7% 더 길다.
대학진학 풍조의 근본 요인으로는 경제사회 구조를 개선해야 할 정부 정책 쪽에 책임이 더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정부가 고졸자에 대한 사회적 냉대, 임금 격차, 승진기회 제약 등 근본적인 원인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특별전형제 폐지, 취업목표의 상향 조정 등 손쉬운 대책으로 전문계고와 학생을 먼저 몰아세우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전문계고 학생은 국가적 이익을 위해 직업교육을 요구받고 있지만 진학을 선택한 학생도 충분히 배려돼야 한다.
전문계고의 특별전형에 의한 동일계열 진학은 1960년 초부터 20년 정도 유지되다가 1983년 폐지됐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나 전문계고가 위기에 이르자 2004학년도에 부활되었다. 당시 교과부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최근 실업계고는 학력인구의 감소와 직업교육 기피로 신입생 미달 사태가 지속되고 성적이 낮은 학생들의 입학으로 학습의욕이 저조하여 교실 붕괴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지식정보화 사회로 발전함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특별전형의 부활은 전문계고의 교실 붕괴를 막기 위한 국익 차원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교과부가 스스로 밝히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특별전형을 폐지할 경우 교실 붕괴에 이르는 과정을 밟게 된다고 전문계고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교과부도 2004년 특별전형을 부활할 당시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과정에서 전문계고의 기여도는 크다. 앞으로도 그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 특별전형 제도는 전문계고가 그 역할을 원만히 해내도록 하기 위한 보상 차원에서 존속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교실 붕괴를 막아야 산업인력을 공급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계고 학생들은 학력이 떨어지거나 가정이 어렵거나 기타 여의치 않은 사정을 가진 상대적인 낙후 계층으로 봐야 한다. 정부는 이들이 직업교육에 적극적으로 응하도록 따뜻하게 배려해야 한다. 따라서 직업교육이 갖는 불리함을 특별전형 제도를 통해 보완해주는 것은 교육받을 권리,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정신과도 부합하는 것이다.
교과부는 대입 특별전형 제도를 특혜로 보지 말고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검토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은 시기도 아니다. 2012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하는 시기가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아 대부분의 학교에서 전형요강을 이미 발표했다. 중요한 국가정책을 조급하게 다룰 이유도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