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경제 위험도’ 급상승, 경각심 가질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2일 03시 00분


글로벌 경제위기가 확산되면서 한국경제의 위험도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가 심상찮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정부 채권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달러를 차입하면서 원화를 빌려줄 때 받는 통화스와프(CRS) 금리는 급락해 이자를 적게 받더라도 달러를 조달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 증시도 다시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달 19일 우리 증시의 코스피는 6% 넘게 폭락했다. 미국 주가는 이틀 연속 급락했고 유럽 증시도 2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미국과 유럽이 경기침체에 다가서고 있다”며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 수출물량이 6.8%포인트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금융은 물론이고 성장률, 수출, 기업실적, 일자리, 물가 등 실물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부동산 거품과 금융계의 도덕적 해이에 따른 부동산·금융발(發) 위기였다면, 2011년 글로벌 위기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경제권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급증이 임계점을 넘으면서 터진 재정발 위기다. 3년 전에는 각국이 공조해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대처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여유도 없어 해법을 찾기 어렵다. 국가 기업 개인, 어떤 경제주체이든 ‘빚의 복수’를 피할 수 없다는 냉엄한 진실을 세계 각국이 깨닫고 있다.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지 않는 선에서 금융 불안을 줄이는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투기자본의 준동을 막으면서 장기 주식형 펀드에 대한 세제(稅制) 혜택 등으로 시장 심리를 안정시켜야 한다. 기업은 경영혁신과 신규 시장 개척으로 위기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워싱턴 정치인들은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당파성을 뒤로 하고 나라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친 비관은 금물이지만 민관정(民官政)이 경각심과 긴장감을 갖고 대처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도 심각한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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