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反)독재 세력이 어제 수도 트리폴리를 대부분 장악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42년 독재가 사실상 무너졌다. 일부 카다피 지지세력이 트리폴리 시내에서 최후의 저항을 하고 있으나 대세는 기울었다. 트리폴리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했다. 지난해 튀니지에서 시작된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반독재 민주화 열풍이 튀니지의 벤 알리와 이집트의 무바라크에 이어 마침내 카다피의 종말을 몰고 왔다.
카다피는 올해 2월 반독재 시위가 시작되자 군대를 동원해 자국민 대량살상으로 맞섰다. 그는 전투기까지 동원해 무자비하게 시위대를 진압했다. 반인륜 독재자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3월 ‘국민보호의무’를 근거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무력 개입을 승인해 잔혹한 독재자로부터 무고한 시민을 지키는 선례를 만들었다. 카다피는 아들이 지휘하는 카미스 부대를 양성해 권력을 지키려 했지만 카미스 부대원 대부분은 반카다피군이 트리폴리로 진격하자 항복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도 강력한 군을 권력 기반으로 삼았으나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자 군부는 시민 편으로 돌아섰다. 어떤 독재자도 군대만으로는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수 없음을 다시 보게 된다.
정보통신의 발달과 각국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국제적 흐름이 독재자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 독재자를 몰아낸 성공 사례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세계에 즉각 전해졌다. 시위대는 SNS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결집했다. 국민이 독재자를 거부하면 독재정권을 지지해온 나라도 생각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30년 동안 무바라크를 지지했지만 돌아섰다. 형제국인 아랍 국가들도 카다피를 버렸다.
세계는 시리아와 북한을 지켜보고 있다. 두 나라는 세습독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는 2000명이 넘는 자국민을 학살하며 민주화 시위를 진압하려 하지만 카다피 몰락의 충격파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정학적 상황이 북아프리카나 중동과 다르고, 중국이 후견국으로 체제를 방어해주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인권 유린과 경제 실패의 지옥으로 만든 김일성 독재 왕조에 대해 2400만 북한 주민이 반기를 들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순리이자 경험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