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시위대가 20일 밤 서울광장에서 북한인권 고발영화 ‘김정일리아’의 상영을 방해했다. 미국 여성감독 낸시 하이킨이 만든 이 영화는 탈북자 12명의 육성 증언을 토대로 김정일 정권의 악랄한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해 2009년 미국 선댄스 영화상(다큐멘터리 부문)을 수상했다. 한국대학생포럼 등 7개 단체가 영화 상영행사를 개최했으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던 민노총 시위대 4000여 명(경찰 추산)이 훼방을 놓은 것이다.
행사를 주최한 대학생 단체들은 서울시에 집회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받았고 서울광장 사용료 52만 원도 지불했다. 반면에 민노총은 대학생 단체들이 합법적으로 사용 중인 서울광장에 불법으로 무대를 설치하고 고성능 스피커로 영화 상영을 방해했다. 일부 민노총 시위대는 학생들에게 생수병을 던지며 폭언을 했고 오후 11시쯤 전력선을 칼로 절단해 영화 상영을 중단시켰다고 주최 측은 주장했다. 민노총이 북한 인권문제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스스로 종북(從北) 세력임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과 다름없다.
북한과 연계된 반(反)국가단체 ‘왕재산’ 사건과 관련해 간첩수사 대상이 되고 있는 민노총 조합원들은 ‘공안탄압’ 운운하며 수사에 불응하고 있다. 공안탄압 주장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나 통했던 ‘철지난 레코드판 틀기’와 같다.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씨 등은 2008년 민노당 내 종북주의를 비판하며 민노당을 탈당해 진보신당을 만들었다. 민노총과 민노당에서 간첩사건 연루자와 혐의자가 잇따라 나오는 것은 구성원의 상당수가 종북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어떻게든 풀어나가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대화를 하더라도 인권유린과 3대 세습에 눈감을 수는 없다. 북한 세습의 반민주성을 알 만한데도 이를 묵인하는 것은 또 하나의 반민주다. 이 대표와 민노당원, 그리고 민노총 조합원들은 남북통일이 이뤄졌을 때 정치범수용소에서 신음한 수많은 북한 동포한테서 어떤 말을 들을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 대표는 “왕재산 사건은 통합 진보정당과 야권연대를 겨냥한 흠집내기”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체제를 뒤엎으려는 종북세력은 대한민국 체제 내에서 민주화를 이룬 민주화세력과는 엄연히 다르다. 진정한 민주화세력이라면 종북세력과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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