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자인 존 코츠 케임브리지대 박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월가의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 과잉이 불렀다고 주장했다. 그가 남성 증권 거래인들이 근무하는 동안 호르몬 변화를 관찰했더니 증시가 상승 랠리를 달릴 때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상승했다.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을 관장하고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자신감을 부추기는 기능을 한다. 남성 일색인 월가 임원들의 공격적 투자성향이 위기를 불렀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에는 때로 테스토스테론도 필요하다.
▷만일 ‘리먼 브러더스’가 아니라 ‘리먼 시스터스’였다면 금융위기는 없었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직장 내 성별 불평등이 감소되면 생산성과 성과가 증대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컨설팅업체 매킨지의 ‘위민 매터(Women Matter)’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의 이사회 참여비율이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자기자본이익률과 평균 세전이익이 월등하게 높았다. 그러나 여성임원의 존재는 주가에는 부정적이다. 프랭크 도빈 하버드대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지에서 “일반인의 여성에 대한 편견이 이런 결과를 낳는다”고 분석했다.
▷여성 CEO 칼리 피오리나는 HP 최고경영자로 신데렐라처럼 등장했지만 공과(功過)에 대한 논란이 있다. 반면 만년 2위인 펩시콜라를 업계 1위로 만든 펩시코 CEO 인디라 누이에 대한 평가는 높다. 여성 CEO는 여성 정치인과는 사정이 또 다르다. 정치인은 대표성이 중요하지만 CEO는 실적으로 말한다. 향후 6년 안에 대기업 임원의 최소한 40%를 여성에게 할당해야 한다는 법률을 금년 1월 통과시킨 프랑스의 조치는 다소 무모해 보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앞으로 여성이 CEO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일선에서 활약하는 두 딸에 대한 믿음이 이런 생각을 갖게 했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여성임원은 13명, 삼성그룹 전체로도 34명에 불과하다. LG나 SK 등 다른 그룹도 다르지 않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해 “한국 기업이 여성의 능력을 활용하지 못하면 그들의 라이벌인 외국계 기업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여성이건 남성이건 능력 있는 사람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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