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미국 동부지역을 강타한 지진 소식을 듣고도 휴가지인 매사추세츠 주 마서스비니어드 섬에서 골프를 쳐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경기침체와 리비아 사태 와중에도 ‘호화 휴가’를 떠난다며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면서 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일 중 하나가 바로 골프라고 생각한다. 골프의 방식도 그가 평소에 지인들과 즐기는 느슨한 스트로크플레이가 아니라 매치플레이가 좋다.
스트로크플레이는 여러 선수가 참가한 후 18홀 전체의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반면에 매치플레이는 두 명의 선수가 홀마다 승부를 가린다. 당연히 선수의 긴장은 더욱 높아지고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매치플레이 골프는 리더들에게 유익한 운동이라는 평을 듣는다.
훌륭한 골프 선수들이 알려주는 매치플레이의 승리 비결은 바로 ‘지지 않으려는 경기를 하지 말라’이다. 당신의 경쟁자가 실수하는 것을 기다리지 말고 오히려 경쟁자가 당신보다 나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가정 아래서 이기려고 노력해야 궁극적으로 이길 수 있다는 의미다.
불행하게도 지난 몇 달간 오바마 대통령은 지지 않으려는 플레이에만 집착해왔다. 그는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지출 삭감 및 세수 증대 방안 등을 놓고 공화당과 날카롭게 대치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규모 지출 감축과 세제 개혁이 포함된 ‘그랜드바겐(일괄타결)’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공화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2일 오바마 행정부가 가까스로 의회와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을 마무리 지었지만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강등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도 추락했고 경제 상황은 여전히 나쁘다. 일부에서는 벌써 오바마를 실패한 대통령의 표본으로 거론되는 지미 카터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바마는 카터라기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스윙을 잃어버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 가깝다. 현재 오바마 대통령의 주위에는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와 내년 대통령선거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속삭이는 사람이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머릿속의 잡념을 떨쳐버리고 자신감 있는 스윙을 휘두르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경기에 관한 자신의 본능을 믿어야 한다.
현재 미국이 처한 상황은 매우 어렵다. 경제위기 극복과 재선이라는 과제와 목표를 가진 오바마 대통령이 두 가지를 모두 잘 해결하려면 스트로크할 때와 같은 소극적인 자세부터 버려야만 한다. 미국이 당면한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지만 완전히 해결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골프 영화 ‘틴컵’도 시사점을 줄 만하다. 실력 부진으로 은퇴해 골프연습장에서 레슨 프로를 하며 지내던 로이 매커보이(케빈 코스트너)가 여자친구 몰리 그리스월드(르네 루소)의 사랑과 헌신으로 과거의 기량을 회복해 재기한다는 내용이다. 매커보이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은 ‘원래의 모습을 잃지 말라’는 그리스월드의 충고였다. “로이, 멋져 보이려고 애쓰지 마세요. 그냥 당신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위험을 짊어지세요.”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필요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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