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민당 의원 3명이 ‘울릉도 시찰’을 시도하고, 방위성은 방위백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하여 한일 간의 독도 갈등이 여느 해보다 증폭됐다.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독도 문제에 더하여 올핸 국제수로기구(IHO)의 ‘동해’ 표기 문제까지 불거졌다. 최근엔 일본에서 ‘반(反)한류’ 시위까지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2일 ‘독도 문제와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는 주기적으로 되풀이됩니다. 특히 올해는 자민당 극우파 의원 3명이 ‘울릉도 시찰’을 하겠다며 입국을 시도했다가 공항에서 되돌아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 사건과 관련한 정치권과 언론의 대응을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차제에 이런 사안들을 대하는 현명한 방법이 뭔지도 살펴봤으면 합니다.
이진강 위원장=먼저 독도가 우리에게 무엇인지, 독도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나라가 성립되려면 영토 국민 주권이 있어야 합니다. 독도는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섬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 영토를 지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대한민국 존립 기반의 하나입니다. 독도를 지켜 온 선조들의 역사와 얼, 자존심이 녹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은 특정 사안이 불거질 때만 특집이다 뭐다 하면서 보도하기보다 내실 있게 체계적으로 보도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최영훈 스탠더드에디터=한일 간 마찰은 대한항공이 새로 도입한 A380기를 독도 상공에서 시험비행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일본 외무성이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실효도 없는 외무성 공무원의 대한항공 항공기 탑승 금지를 지시했고 이어 극우파 의원들의 입국 시도로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게다가 IHO의 ‘일본해’ 표기 문제까지 나왔습니다. 동아일보는 우리가 독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으므로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한다는 기조로 보도했습니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독도에서 보초를 서는 돌출행동도 그런 기조에서 부각시키지 않았습니다. 그와 대조적으로 동해 표기 문제는 공세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이런 태도에는 좌나 우, 보수 신문이든, 진보 신문이든 큰 차가 없었습니다.
김동률 위원=이번에도 그랬지만 일본 관련 기사는 동아일보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이번 독도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광복 6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이른바 일본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기성세대의 태도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고 무역규모 세계 10위권으로 부상한 나라라면 지금쯤은 초월해야 한다고 봅니다. 영토 문제는 내버려 두든지, 싸우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독도에 대해서는 일본의 침탈 시도에 감성적으로 대응하는 데서 벗어나 볼 필요도 있을 듯합니다.
이주향 위원=미국과 영국이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문제도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의 우방이라고 하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편을 들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러는 데에는 어떤 의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 그 의도가 뭔지를 밝혀 주었으면 합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과 협력하고 북한과도 공조해야 한다고 봅니다.
―독도나 동해 표기 문제에 정부, 정치권, 언론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이 위원장=동해 표기 문제는 일본이 아주 오래전부터 주도면밀하게 해 온 데 비해 우리는 전략적으로 안이하게 대응하고 실수한 점이 많습니다. 예컨대 ‘동과 서’는 상대적인 개념이어서 국제적으로 공인 받기가 어렵습니다. 최근에 외교통상부 장관이 ‘한국해’로 변경하는 작업을 하겠다고 했는데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일본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려고 오랫동안 은밀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이미 일본인 3명을 번갈아 가며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진출시켰고 지금은 그 재판장을 일본인이 맡고 있습니다. 2002년 싱가포르가 실효 지배하던 페드라브랑카 섬이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말레이시아로 영유권이 넘어갔습니다. 일본도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도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을 확보하는 등의 대비를 해야 합니다.
김 위원=독도는 내 주머니 안의 보석과 같은 것인데 남이 자꾸 자기 것이라고 떠들어 이슈화하는 꼴입니다. 이번에도 일본 의원들이 왔을 때 우리 조야나 언론이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특임장관이 총을 들고 보초를 서는 장면은 희화(戱畵) 그 자체였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경비정을, 해병대를 보낸다고 나섭니다. 어떤 신문들은 일본 의원들이 ‘김을 사 갔다’, ‘비빔밥을 먹었다’고 제목으로까지 뽑습니다. 우리 사회와 언론의 후진성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동아일보에는 모두가 한목소리를 낼 때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달라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박태서 스탠더드에디터=정부에서 무반응, 무대응으로 했으면 어땠겠느냐고 하는데 그랬더라면 민간에서 가만있지 않았을 겁니다. 실제로 울릉도 독도로 가는 여객선을 운영하는 회사가 일본인의 승선을 거부하겠다고 발표하자 누리꾼들의 격려가 쇄도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에선 일본과 관련해 독도, 동해, 반한류 같은 주제의 기사가 올라오면 반응이 뜨겁습니다. 누리꾼들이 아주 감정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온라인 매체는 제목도 내용도 자극적으로 작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성할 점이 있는 대목이죠.
최 스탠더드에디터=우리가 가해자면 일본의 도발을 무시할 수 있겠지만 피해자이기 때문에 차분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우리의 콤플렉스라고 할 수 있겠죠. 그걸 알고 일본이 우리 아킬레스건을 자꾸 건드리는 겁니다. 반대로 반한류에는 우리가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으니까. 하지만 독도는 우리가 35년 동안 빼앗겼던 영토와 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겁니다.
이 위원=한류가 있으면 반한류가 있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한류 반한류는 감성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독도 문제는 주권을 건드리는 문제입니다. 일제에 나라를 뺏긴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에겐 이게 콤플렉스이기 때문에 차분하게 대응하자는 게 안 됩니다.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것이 콤플렉스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협의와 토론을 통해서 냉정하고 조직적으로 해야 합니다.
김동철 스탠더드에디터=일본 극우파 의원의 입국 시도 문제도 처음엔 일본에서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본에선 일부 극우 신문조차 1단, 2단 기사로 보도했을 뿐입니다. 한국에선 국회의원들뿐만 아니고 장관 대통령까지 나서서 강경 대응을 하고, 언론이 크게 쓰니까 이슈가 된 측면이 있습니다. 무명의 일본 정치인을 일약 전국구 스타로 만들어 줬습니다. 이걸 보고 일본 극우 의원들이 줄줄이 울릉도로 오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언론은 이 과정을 돌아보고 비슷한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 위원장=정치권이나 정부의 대응엔 상당한 테크닉이 있어야 합니다. 독도나 동해 표기 문제엔 온 국민이나 시민단체가 다 같은 생각으로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 문제에 대한 대응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와 정치권은 뒤에서 도울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조선 숙종 때 안용복이 일본으로 건너가 관명을 사칭하고 담판을 벌여 울릉도 독도가 우리 땅임을 일본이 인정하도록 한 바 있습니다. 그때 특히 동래부사는 관명사칭이라는 잘못이 있지만 처벌해선 안 된다는 장계를 여러 차례 올립니다. 조정에서 사형까지 거론됐으나 영의정 남구만 등이 나서서 보호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인들이 역사에서 배울 부분이라고 봅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체결한 신한일어업협정에서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은 것도 문제입니다. 당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는데 결국 합헌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하지만 헌법 3조의 영토 조항에 위반된다는 소수의견은 참고할 만합니다. 역사학자들도 지속적으로 사료를 발굴하고 그 사료를 잘 해석해야 합니다. 언론도 문제될 때만 관심을 갖지 말고 꾸준히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합니다. 특히 동아일보가 이 일에 앞장서 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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