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같은 좌파 진영 교육감 후보로 나섰다가 중도 사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선의(善意)로 2억 원을 줬다”고 밝혔다. 검찰이 박 교수가 돈을 받고 후보직을 사퇴한 혐의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진 후 침묵하다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자 뒤늦게 내놓은 해명이다. 선거에서 곽 교육감을 위해 후보를 사퇴한 사람에게 거금 2억 원을 주고도 선의로 줬다니 도무지 믿기 어렵다.
지난 선거에서 곽 교육감의 득표율은 34.3%였다. 2위를 차지한 우파 성향의 이원희 후보에게 1.1%포인트 차로 이겼다. 다른 우파 성향의 김영숙 남승희 후보는 합쳐 24%를 득표했다. 우파 후보에게 표를 던진 서울시 유권자들이 전체의 과반을 넘는 57.2%를 차지했다. 우파 후보들은 분열되고 좌파 후보들이 단일화를 해서 곽 교육감이 이길 수 있었다. 직전 교육감 선거에도 출마했던 박 교수는 지명도에서 곽 교육감에게 뒤지지 않았으나 선거를 보름 앞두고 갑자기 후보를 사퇴해 배경을 놓고 의혹이 일었다.
곽 교육감은 “취임 이후 선거와 무관하게 그분의 딱한 사정을 보고 선의의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뇌물죄에도 사후(事後) 뇌물이라는 것이 있다. 법대 교수 출신으로 법을 잘 아는 곽 교육감이 선거가 끝난 ‘사후에’ 500만 원이나 1000만 원도 아닌 2억 원을 주었는데 누가 이것을 후보 사퇴의 대가가 아니고 순수한 선의라고 보겠는가.
후보자 매수는 민의를 왜곡하는 선거범죄다. 교육감은 미래세대의 교육을 맡고 있는 자리다. 후보자 매수 의혹을 받고 있는 교육감이 학생들에게 ‘올바르게 살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곽 교육감은 취임 후 교육비리와 부패 척결을 내세웠다. 뒷전으로 후보자를 매수하고 입으로 교육비리와 부패 근절을 외쳤다면 위선이다.
곽 교육감의 남은 임기는 약 2년 10개월이다. 그가 ‘선의’ 운운한 것은 법정투쟁을 벌여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가서 임기를 다 채우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곽 교육감은 즉각 사퇴한 뒤 수사를 받는 것이 올바른 도리다. 돈 준 사실을 시인하면서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검찰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영장 청구 등 공개수사를 하지 않고 기다린 것은 이해할 만하다. 검찰은 공정한 법절차와 증거에 입각한 철저 수사로 정치보복 논란을 잠재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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