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계대출 줄이되 꼭 필요한 곳은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4∼6월 은행의 가계대출은 9조 원 늘었다. 부채가 늘어나 가구당 이자 부담이 사상 최고 수준이다. 8월의 하루 평균 카드 대출액(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은 지난달보다 11% 줄었지만 살림이 나아져서가 아니라 주로 감독당국의 대출 규제 때문이다. 지난주부터는 가계에 빌려주는 자금이 고갈돼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가 거의 닫혔다.

은행들은 다음 달부터 가계대출을 재개하면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일부 은행은 이번 주부터 주택담보대출이나 마이너스대출 금리를 0.2∼0.5%포인트 올린다. 당장 대출을 갚아야 하는 사람들은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에서 높은 이자로 돈을 또 빌려야 할 판이다. 빚을 진 가계가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전국 가구 중 26%는 적자여서 빚을 내야 생활이 가능하다.

가계는 빚에 허덕이는데 은행들은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내고 있다. KB 신한 우리은행은 상반기(1∼6월)에만 1조2000억∼1조6000억 원씩 순이익을 냈다. 순이익의 80∼90%가 대출에서 나왔다. 시중은행들의 예대 마진(예금 적금의 이자와 대출 이자의 차이로 은행이 얻는 이자 수익)은 2년 전보다 0.2∼0.7%포인트 커진 2.2∼3.0%에 이른다. 금융지주사들은 이렇게 벌어 일반 상장회사보다 두둑하게 배당했다. KB 신한 하나금융의 외국인 지분이 60%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서민 대출자는 울고 외국인 주주는 웃는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지난달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커진 은행 예대 마진에 불합리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말에 그치지 말고 당장 시정에 들어가야 한다. 금융전문가들은 “최근 은행 이자 구조를 보면 대출금리를 0.5∼1.0%포인트 정도는 내릴 수 있다”고 분석한다.

가계 형편을 보면 대출을 늘려줘야 하고,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보면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창구를 조여야 하는 딜레마 국면이다. 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 부채로 가계 및 금융의 부실이 커져 한국 경제의 골칫거리가 되지 않도록 대출총액을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실수요자가 돈을 빌리지 못해 쩔쩔매는 일이 없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당국의 지침이 오락가락하거나 금융업계와 손발이 안 맞아 창구에서 빈번하게 마찰이 빚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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