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국가 중에 드물게 시민의 힘으로 독재정권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이룬 대표적 국가다. 1980년 뉴스위크나 타임을 볼 때 우리나라 관련 기사의 일부분이 검은색으로 지워져 있던 기억이 난다. 공안기관이 정부 비판 기사를 삭제했던 것이다. 독재시절에는 정부에 대한 반대의 소리와 건전한 비판마저도 물리력을 행사해 억압하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통치자가 원하는 목소리만 들렸다. 독재를 지지하는 사람은 목소리를 높이거나 집회를 할 필요가 없기에 경찰도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사람이 2, 3명만 모여도 법적 근거 없이 해산시켰다.
불법 시위자에 의해 민주주의 파괴
현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독재정부라고 외치기도 하지만 과거 독재시절과 같이 자신의 주장을 펼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하지는 않는다. 폭력사태 없이 자유롭게 선거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정권이 교체된다. 인터넷에서는 통제 불능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렇게 민주주의가 독재와 다른 점은 자신의 의사를 아무런 강제 없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서로 다른 다양한 의견의 존재는 소중한 자산이다. 여러 견해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정책으로 승화되는 것이 기본 전제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기에 정치라는 토론과 협상이라는 융합 과정을 거쳐야 모든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정당성을 갖는 정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자신의 견해가 옳으니 무조건 수용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물리력을 행사해서라도 관철해야 한다는 생각은 과거 독재 시절과 다른 점을 찾기 힘들게 한다. 다름의 존재를 인정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서로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구호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자신의 행동은 폭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수용할 것을 강요한다면 위선이다.
경찰의 역할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독재 시절 집회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초법적인 권한으로 모든 집회 결사의 자유를 탄압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정당한 선거를 거쳐 여야가 합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정확하게 준수될 수 있도록 경찰에게 국민이 부여한 권한 내에서 필요하다면 장비를 활용하여 엄격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 경찰은 법을 만드는 국회도 아니고, 사후에 법을 해석하는 사법부가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집회를 하는 단체의 구호, 우익 좌익, 국회의원 참가 여부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오직 국민의 집회 및 시위의 권리가, 다수의 비폭력적인 집회를 원하는 시민의 권리가 소수의 폭력으로 인해 침해당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경찰은 단체의 성격, 집회의 목적, 참가자의 비중에 관여하지 말고 철저히 법 집행이라는 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준법 비폭력 시위는 철저하게 보호해 헌법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지만 불법 집회와 시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로 법을 집행해야 한다.
민형사상 책임 물어 근절시켜야
민주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국가가 보호해야 할 권리다. 권위주의 시대에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룬 민주주의의 과실이 소수의 불법 시위자에 의해 파괴되고 있다. 과거 독재시절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와 경찰은 법에 규정한 대로 평화적인 시위를 보호하고 불법 행위는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지워서라도 근절해야 한다. 민주주의 근간은 준법이고, 준법은 절차의 공정성이 없다면 달성될 수 없다. 불법 시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많은 국민의 희생으로 이룬 민주주의가 폭력행위를 일삼는 소수 시위자에 의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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