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태규 귀국, 부산저축銀 정관계 로비 전모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해외로 도피했던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스트 박태규 씨가 자진 귀국해 답보상태였던 관련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은 불법대출 분식회계 횡령 등을 통해 무려 7조 원대의 금융사기 사건을 저질렀다. 대형 부실로 퇴출 위기를 맞자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구명(救命) 로비를 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씨가 모두 17억 원의 로비자금을 받고 정관계 인사를 접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거물 로비스트’로 꼽히던 그의 입을 주시하는 정관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비리 및 로비 혐의를 수사하면서 지금까지 60여 명을 기소했지만 거물급 정관계 인사가 구속된 경우는 없다.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액 중 약 5000억 원의 사용처도 밝혀내지 못했다. 대주주들이 비자금으로 빼돌리거나 로비자금으로 썼으리라는 의혹이 있는 돈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6개월에 걸쳐 수사한 결과로는 초라한 실적이다. 국회 저축은행 비리의혹 국정조사 특위도 증인 채택 공방만 벌이다가 흐지부지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제2금융권에서도 무명(無名)에 가깝던 부산저축은행은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비정상적인 고속성장을 거듭해 의혹을 키웠다. 여야 정치권 모두에 이들을 비호한 세력이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검찰은 정치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엄정한 수사로 정관계 로비의 전모와 비리의 몸통을 밝혀내야 한다.

한상대 신임 검찰총장은 이달 4일 인사청문회에서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악성 대형 범죄’로 규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한 총장은 특수 수사통인 최재경 검사장을 대검 중수부장으로 발탁하고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맡겼다. 폐지 논란 속에 어렵사리 살아남은 중수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기회다. 간부의 연경화(年輕化)로 수사력이 약해졌다고 비판 받는 검찰이 모처럼 검찰다운 검찰의 면모를 보여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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