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서울 학생들이 불쌍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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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논설위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후보 매수 사건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곽 교육감은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왔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준 사실을 이미 인정한 바 있지요.

그러면서도 이 돈은 후보 사퇴의 대가가 아니라 '선의로' 준 것이어서 죄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그러자 처음엔 몹시 창피해하면서 사퇴를 요구했던 민주당이 '곽노현 구하기'로 태도를 바꾸고 나섰습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면서 사실상 검찰을 압박했습니다.

교육계의 우군(友軍)을 잃는 것도 원치 않지만, '이른바 진보'가 부패했다는 이미지는 더더욱 원치 않기 때문이지요.

곽 교육감 체제에서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전교조가 가만있을 리 없습니다.

같은 색깔의 다른 시민단체들과 성명서를 냈습니다.

"허위 사실을 부풀려서 시민사회의 도덕성이나 야권후보 단일화의 정당성 전체를 매도하려는 정치적 의도에 맞서 싸우겠다"는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정치성 짙은 글이 도배가 되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자살로 내몰더니, 곽노현도 부엉이 바위로 가기를 바라는 것이냐" 같은 내용도 있습니다.

좌파진영에서는 곽 교육감을 '공안정국의 희생자'로 치켜세우고, 보혁 대결의 도구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린 학생들이 가장 피해를 보는 게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의로' 주는 돈은 범죄가 아니란 말인가, 학생들이 헷갈리고 있습니다.

서울교육의 수장이 뭐가 옳고 그른 것인지를 잘못 가르치는 셈이죠.

곽 교육감은 또 외국어고등학교 폐지를 운운하면서 평등교육만이 옳은 것처럼 강조해왔습니다.

자기 아들은 외고에 보내면서도 말이죠.

최근엔 "사회가 외고 학생들에게 선민(選民)의식을 불어넣고 있고, 이런 엘리트주의는 민주주의를 축소시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자기 아들은 엘리트로 키우면서 남의 자식은 '엘리트 아닌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교육감 아래서 서울 시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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