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화재 여객선 130명 모두 구조한 海警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6일 새벽 전남 여수시 백도에서 북동쪽으로 13km 떨어진 바다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부산항을 떠나 제주로 가던 여객선 현대설봉호에 큰 화재가 났으나 130명에 이르는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구조된 것이다. 여수해양경찰서 소속 317함의 구조대원 24명과 여객선 승무원들이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해 대형 참사를 막았다.

현대설봉호 승무원들은 배 끝의 화물칸에서 불이 난 사실을 6일 오전 1시경 확인했다. 여객선 이등항해사 현모 씨는 즉각 119에 화재 신고를 했다. 때마침 여객선에서 11km 떨어진 곳에서 순찰 중이던 여수해경 317함의 임재철 함장은 긴급 구조 지시를 받고 전속력으로 15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대가 근접했을 때 불은 이미 여객선의 절반 이상 번져 있었고 바다에는 구명보트들이 떠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일부 승객은 연기를 피해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해경은 먼저 소형 보트로 노약자와 임신부 및 아이들을 구조한 뒤 침착하게 구조작업을 계속해 약 1시간 만에 승객과 승무원 130명 모두를 구해냈다. 승객 10여 명만 가벼운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을 뿐이다. 구조작업 임무를 완수한 해경에게 박수와 격려를 보낸다. 승객 대부분은 침착하게 구조대원들의 지시에 따르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사건은 상황이 위급할수록 질서를 유지하고 각자 제 본분을 다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특히 여수해경은 평소 실전을 방불케 하는 해상 구조 훈련을 꾸준히 해 실제 상황에서 자신감을 갖고 구조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구조 요청을 받은 해경이 조금이라도 늑장을 부렸다면 ‘전원 구조’라는 최선의 결과는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긴급 구조가 절실한 해양 사고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해군이나 해경이 얼마나 빨리 현장에 도착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도 우리나라 무역 물동량의 대부분이 통과하는 제주 남방 해역을 지키기 위한 강정 해군기지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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