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밀면 밀리는 MB노믹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8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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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 홍권희

세금을 깎아주어 민간투자를 촉진하고 성장을 이뤄 재정을 튼튼하게 하겠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 경제정책의 뼈대 중 하나였습니다.

이 MB노믹스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7일 정부와 여당은 3년째 추진하던 소득세 법인세 최고구간의 감세방안을 포기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그동안 내세웠던 감세 논리들을 스스로 폐기한 것이죠.

지금껏 감세를 해야만 경제가 좋아진다고 했는데 앞으로는 감세 없이도 좋아진다고 말을 바꿀지 궁금합니다.

야당이 '부자 감세'라고 몰아세우고 여당 지도부가 이에 동조할 때, 정부는 정치권이나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 복지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글로벌 재정위기 때문에 각국이 세금을 더 걷는 방안을 찾고 있는 현실도 정부의 감세 추진에 불리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MB노믹스를 종합적으로 수정했어야 옳았습니다.

국내외 경제여건은 변하기 마련이고 정책 실력이 좋아야 여기에 잘 맞춰갈 수 있습니다.

며칠 전까지 감세를 계속 추진할 것처럼 말하다가 여당의 요구에 밀려 '감세 철회'를 발표한다면 정책 일관성에 상처가 나죠.

'감세는 좋은 것인데, 알아주지 않으면 관두고…' 하는 식이어서 무책임하게 보입니다.

MB노믹스의 변질은 1, 2년 전에 시작됐습니다.

상생 동반성장 공생발전 같은 정리되지 않은 개념을 쏟아놓고 과거 관주도 경제 때 하던 방식으로 민간부문에 강요하다시피 했습니다.

민간부문을 활성화한다는 MB노믹스와는 다른 길이죠.

경제비전이 흔들리는 정부가 앞으로 경제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을까요.

성장위축 고물가 가계부채급증 전세난 같은 실물부문의 과제들이 많습니다.

FTA안착 서비스산업개편 금융부실정리 민영화 같은 구조적인 숙제도 있습니다.

정부가 큰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거나 대통령의 지시에 장관들이 당장 실적을 보이려고 마구 뛰는 모습만 보여줄까 걱정이 됩니다.

이번 감세 철회는 내년 두 개의 선거를 의식한 탓이 큽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 많은 정책이 흔들리고 후유증도 커질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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