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그제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에는 복장 및 두발 자유화, 체벌금지 등 이미 공개됐던 내용 이외에 학생들에게 집회의 자유를 허용하는 방안까지 들어 있다. 교사와 학부모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집회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 때문에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좌파 성향인 김상곤 교육감의 주도로 학생인권조례를 만들 때도 제외됐던 조항이다.
곽노현 교육감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를 양보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 원을 제공한 사실을 시인한 이튿날인 지난달 29일 학생인권조례 초안 발표 및 공청회 개최 계획을 보고받고 그대로 추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가 학생과 학부모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한다면 초안 발표를 일단 미루는 게 정상이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곽 교육감이 인권 이미지를 부각시켜 득을 보려는 전략인지도 모르겠다.
초등학생까지 학교 안팎에서 시위에 나서면 나라 꼴이 어찌 되겠는가.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 무제한의 권리와 자유를 주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곽 교육감이 개인 철학이나 소신으로 밀고 나갈 일이 결코 아니다. 학생인권조례 초안은 학생들에게 휴대전화 소지를 보장하고 과도한 선행학습을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휴대전화와 선행학습 문제는 일선 학교에서 여건에 따라 자율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이 초안은 교장 교직원뿐 아니라 학부모도 학생인권조례를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학원에 대해서도 체벌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가정교육과 사교육에 맡겨둬야 할 영역까지 규제하고 나설 태세다. 교육청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조차 못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어제 공청회 개최에 이어 11월 중으로 조례안을 서울시의회에 넘길 계획이다. 서울시의회는 곽 교육감과 이념적 성향이 같은 민주당 소속 의원이 4분의 3 이상을 차지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내년 3월부터 조례가 시행된다. 사법처리 대상인 교육감이 서두를 일이 아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협박을 받는 사례가 2006년 7건에서 2010년 146건으로 20배 증가했다. 가뜩이나 학생들을 통제하기 어려워진 교육환경에서 학생인권만 앞세우다 보면 교권 추락이 더 가속화할 것이다. 서울시 학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전국시도교육청 평가에서도 서울시교육청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이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곽 교육감은 어느 모로 보나 무리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