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을 뜨겁게 달궜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4일 막을 내렸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들이 펼치는 레이스는 스피드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마음껏 보여줬다. 달리기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인간의 스피드는 조금씩 빨라졌지만 신체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간은 말(馬)을 이용해 경주를 즐겼고 자동차를 만들어 스피드에 대한 욕구를 채워 나갔다.
자동차의 최고 가치는 스피드다. 이런 스피드 경쟁은 슈퍼카를 탄생시키는 배경이 됐다.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의 창업자는 페라리의 스피드를 동경해 자동차를 만들었다. 무조건 페라리보다 빠른 차를 만들기를 원했고 페라리는 이에 뒤지지 않기 위해 슈퍼카 개발에 매진했다. 자동차 브랜드의 속도 경쟁은 세계 최대 스피드 축제인 ‘포뮬러원(F1) 그랑프리’로 발전했다.
F1 코리아 그랑프리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10월 14일부터 사흘간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경주장)에서는 고막이 찢어질 듯한 굉음을 내며 최고 시속 320km로 질주하는 F1 머신들을 볼 수 있다. F1은 세계적 카레이서가 1년 동안 세계 17, 18개 나라를 돌며 레이스를 펼치는 월드 챔피언십이다. 첨단기술과 거대자본, 그리고 사람이 하나 되는 명품 스포츠 경연장이란 점에서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선다. 비즈니스 규모나 상업적 가치 측면에서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능가한다. 연간 3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가 대회에 투입되고 한 해 400만 명이 직접 경기장을 찾는다. 전 세계에서 TV로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은 6억 명에 달한다.
지난해 열린 F1은 국가 이미지 제고는 물론이고 한국적인 자연조건이 그대로 남아 있는 ‘녹색의 땅 전남’이란 지역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았다. 대회를 처음 치르는 터라 운영 미숙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올해는 대회 준비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었다. 민간법인이 대회 운영을 맡았던 지난해와 달리 전남도와 조직위원회가 중심이 돼 치르는 데다 숙박 및 교통난도 해소될 것으로 보여 성공 개최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작년 주차장을 방불케 했던 목포에서 영암으로 넘어오는 영산강 하구언 교통량의 40%가 국도 2호선 대체우회도로로 분산된다. 광주나 서울 방면에서 이 도로를 이용하면 목포시내를 거치지 않고 바로 경주장으로 갈 수 있다. 경주장을 중심으로 광주 전남 지역에서 이용 가능한 객실은 4만2557실로 대회 기간 필요한 객실 수(3만 실)를 고려하면 120%를 확보했다.
이제 세계인의 눈과 귀는 가장 빠른 인간들의 경연에서 가장 빠른 머신의 경주로 옮아갈 것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이 육상계에서 한국을 알렸듯이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세계 6위 자동차 생산국이지만 아직 자동차 경주 변방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를 기술적으로 한층 발전시키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터질 듯한 심장의 박동을 느낄 수 있는 ‘꿈의 레이스’ F1은 이미 시동이 걸렸다. 우리 모두 스피드 축제에 빠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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