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프리즘/홍권희]김현종의 FTA, 김진표의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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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4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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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권희 논설위원
홍권희 논설위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 이웃나라들이 시샘하는 대상이다. 일본경제신문은 “무역자유화 흐름을 잘 읽은 한국이 외국과 공격적인 FTA 체결로 시장을 확대하고 외국기업 유치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지난해 말 한미 FTA 추가협상이 타결되자 “한국의 정치결단을 배워 FTA 협상을 강력히 추진하라”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대만 스옌샹 경제부장관은 “한미 FTA가 국제시장에서 대만의 경쟁력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한미 FTA가 낳을 ‘코리아 프리미엄’을 이미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의 用人이 FTA 강국 이끌어

우리나라의 FTA 추진은 김대중 정부 첫해인 1998년에 시작됐다. 그때 정부 대외경제조정위원회는 “칠레와 FTA를 우선적으로, 미국 일본 중국은 정밀 검토를 거쳐 추진한다”고 큰 틀을 정했다. 그 후 2003년 8월 노무현 정부는 ‘1인당 소득 2만 달러 시대 진입을 위해 FTA를 적극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마무리한 인도, 유럽연합(EU) 등과의 FTA 협상도 모두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됐다. 현 정부의 FTA 실적이 미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이 노 정부 때 갑자기 FTA 우등생이 된 비결 중 하나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발탁이다. 대통령 취임 전 노무현 당선자는 “국제통상 현황을 브리핑해달라”며 김현종 세계무역기구(WTO) 수석변호사를 불렀다. 김 변호사는 “한국은 개방형 통상국가를 지향해야 하며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노 정부의 부름을 받고 한미 FTA 협상을 지휘해 성공시켰다.

김 본부장은 한국의 FTA 파트너로 일본 대신 미국을 내세웠고 이를 관철시켜 한국 통상정책의 뼈대를 바꿨다.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고 반대 시위가 거세지던 2006년 노 대통령은 “대통령 지지율이 10% 이하로 떨어져도 걱정하지 말고 소신껏 협상을 마무리하라”고 김 본부장을 격려했다. 미국을 싫어했던 대통령이 외교관이던 부친을 따라 일본과 미국에서 자라고 공부한 통상전문가와 손잡고 한미 FTA를 저돌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은 무역으로 먹고살 수밖에 없는 나라의 숙명처럼 보였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만들다시피 한 열린우리당의 후신인 민주당은 지금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상임위 상정조차 반대하고 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추가협상으로 깨진 이익의 균형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며 10가지 항목의 재재협상을 요구했다. 10가지 중 9가지는 노 정부 때 합의된 그대로다. 그중 투자자소송제도(ISD)는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제도이며 우리 기업이 미국에서 보호받는 데 꼭 필요한 장치인데도 김 대표는 폐기하라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민주당 방안은 추진할 실익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민주당은 막무가내다.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게 양측이 TV토론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FTA 로드맵 만든 김진표의 표변

김진표가 누구인가. 2003년 FTA 추진 로드맵을 확정한 노무현 정부의 경제부총리 출신이다. 미국 의회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절차를 시작한 마당에 한국이 재재협상 요구를 해도 실효가 없고 자칫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음을 그가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그는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정치인들과 똑같은 표현으로 한미 FTA의 발효를 방해하고 있다.

한미 FTA는 우리가 자율적 선제적 결정으로 추진한 것인데도 한나라당은 죄라도 지은 듯이 “비준은 미국이 한 뒤에 하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무기력 여당’이 ‘생떼 야당’을 키우고 있다. 이렇게 자신이 없는 여당이 무역확대, 경제체질 개혁, 동맹 강화 같은 한미 FTA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고 걱정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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