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제는 두 가지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 제16조에 따라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 피선거권을 갖는다. 국적·나이·거주 이 3가지 조건만 만족시키면 철수든 영희든, 안철수든 배철수든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한 최근의 상황에서 ‘철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명제는 피선거권이 아니라 당선 가능성을 암시한다. 확률적인 가능성(Possibility)과 실현적인 가능성(Probability)의 차이다. 관용적으로 ‘Possibly’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뜻이고, ‘Probably’는 가능성이 ‘대체로 높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휴대전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명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5월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뇌종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전자파를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possibly carcinogenic·Group 2B)’로 분류한 것이다.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은 ‘발암성이 있다고 추정되는 물질(probably carcinogenic·Group 2A)’과 다르다.
IARC의 분류에 따르면 휴대전화 전자파의 발암 위험은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나 커피와 같은 수준(Group 2B)이다. 다르게 말하면 ‘현재로서는’ 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김치나 커피를 피하고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는 것보다 차라리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이다.
당시 휴대전화 전자파의 발암 위험에 대해 보고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아무리 낮더라도 그 위험에 대해 정확하게 조사하고 사용자의 건강을 고려한 휴대전화 기술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의 건강과 수출 경쟁력에 관한 사안이다.
수출 경쟁력에 관한 한 당국의 대응은 재빠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자파 규제 대상을 확대하고 전자파 흡수율(SAR) 규제 기준을 선진국보다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9월 중에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 건강에 대한 당국의 대응은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질 때까지 휴대전화 통화를 줄이고, 핸즈프리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식이다. 국립암센터에 사무국을 설치하고, 위원회를 구성한 뒤 내년부터 정책연구를 시작한단다. 그러면 실제 연구는 2013년이나 돼야 시작할 수 있다. 임상연구다 보니 예산도 뻔한 수준일 것이다.
관련 부처가 소관을 다투고 예산을 투정하는 사이에, 임상연구에 대해 휴대전화 제조업자나 사업자가 나 몰라라 침묵하는 사이에 국민은 오랜 임상연구가 필요한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에 계속 노출되어 있다.
미국에서 2009년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휴대전화 전자파에 대한 임상연구를 게을리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1년에 1달러씩 3년간 부과하여 연구비를 마련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충북대 김남 교수는 한술 더 뜬다. 정부의 굼뜬 대책을 기다리기보다, 휴대전화 사업자의 시혜성 자금을 기대하기보다 차라리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휴대전화 통화료에서 1년에 1000원씩, 1000원에 동의하기 어렵다면 100원씩이라도 더 낼 테니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임상연구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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