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조용환의 대안 빨리 내는 게 옳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어제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상적인 국회 운영과 국정감사 일정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국회를 볼모로 잡고서라도 적격성 미달의 조 후보자를 지키겠다는 위협이다. 국정감사를 수행하고 내년 예산안을 다룰 정기국회를 파행시키겠다고 으름장 놓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구태(舊態)다.

이번 정기국회는 18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여는 것이다. 폭력과 파행, 변칙으로 얼룩진 지난 국회를 부끄럽게 여긴다면 이번에야말로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다. 6697건의 계류 법안에서 옥석(玉石)을 가려내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국방개혁안 같은 중요한 안건들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김태호 국무총리, 정동기 감사원장,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를 비롯해 다수의 고위 공직자가 검증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민주당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 되는 고위 공직자의 부적격 사유로 위장 전입,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와 논문 표절 등 이른바 ‘4+1’을 제시했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 조 후보자는 4차례의 위장 전입만으로도 부적격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추천한 조 후보자에 대해서도 동일한 인사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본란에서 몇 차례 지적했듯이 조 후보자의 불분명한 국가관과 안보관이다. 국가의 최고 규범인 헌법을 다루는 헌재 재판관은 남다른 자질과 도덕성을 필요로 한다.

여야가 오늘 국회 본회의를 열어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조 후보자 선출안을 상정하고, 국정감사 대상 기관 승인건 등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정기국회 운영을 걸고넘어질 일이 아니다. 이용훈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이달 24일까지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사법부 수장(首長)의 공백 사태가 발생한다. ‘8인 헌재’의 유고 상태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더 고집 부리지 말고 조 후보자의 대안(代案)을 내놓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