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경희]규정 어긴 ‘곽노현 측근인사’에 팔짱낀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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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이경희 교육복지부 기자
이경희 교육복지부 기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7월 법령을 어기며 측근 인사를 산하 기관장에 임용했다. 교육연구관이나 장학관처럼 교육전문직만 맡을 수 있는 서울시교육연수원장과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장에 송순재 감리교신학대 교수와 황선준 스웨덴 국립교육청 과장을 각각 앉혔다.

본보가 이 사실을 2일 보도하자(A3면) 교육과학기술부는 “법령 위반 가능성을 검토한 뒤 문제가 드러나면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면서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보름 가까이 지난 15일에야 행정안전부와 법제처에 법률 검토를 요구했다.

교과부가 문제를 삼는 부분은 두 가지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해당 직위에는 민간인 등 외부인사를 임용할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외부인사를 데려오기 위해 해당 직위를 개방형 직위로 바꿨다. 교과부는 이런 과정이 적법하지 않다고 보고 행안부와 법제처에 법률 검토를 요청했다.

또 다른 사안은 교육감이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한 직위를 개방형 직위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느냐는 점이다. 교과부는 해당 권한이 교육감에게 없다고 판단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시교육청 소속 행정기관장의 임용권은 교육감에게 위임된 사안이므로 개방형 직위 지정 권한도 교육감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7월에 열린 시교육청 인사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두 직책의 임용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교과부는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지 않다가 23일로 예정된 시교육청 국정감사를 앞두고서야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당사자인 송 원장과 인사위원 등 관련자들이 증인으로 채택됐으므로 국감에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권영진 의원(한나라당)은 19일 교과부 국정감사에서 이주호 장관에게 “직선제 도입 이후 교육감들이 규정을 어기고 외부인사를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법률 검토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임용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시정명령을 내리겠다”면서도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몰라서 구체적으로 언제쯤 시정을 요구할지는 확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법 내용은 복잡하지 않다. 그런데도 법을 어기는 교육청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교과부의 직무유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법 위반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조금 늦은 감이 있더라도 철저한 감사를 통해 임용 과정의 문제점을 밝히고 임용 취소 및 관계자 문책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경희 교육복지부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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