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응시자가 급증하면서 경쟁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수시 입시 전쟁이 과열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도권 주요 대학 33곳의 수시 경쟁률은 평균 33.28 대 1을 기록해 지난해 26.55 대 1보다 크게 높아졌다. 구체적으로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 의예과 일반전형은 경쟁률이 150 대 1을 넘어섰고, 중앙대 의학부는 424.3 대 1을 기록했다고 한다.
난이도 조정해 평가의 본질 왜곡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인한 쉬운 수학능력평가 정책과 대학별 복수 지원 허용, 미등록 충원기간 설정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수능을 쉽게 출제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불러온 이러한 현상이 평가의 본질마저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유를 불문하고 정부의 정책으로 시험문제의 난이도를 조정함으로써 평가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거니와 있어서도 안 된다.
이상적으로는 학교에서 전 과정을 완전학습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서 모든 학생이 시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게 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차로 인해 모두가 완전학습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평가의 기본 원칙은 시험이 너무 쉽거나 어려워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정상분포를 이룰 수 있는 문제 출제로 적당한 수준의 변별력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능 출제는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은 그에 상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미흡한 학생들은 자신을 돌이켜 반성하게 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흡한 학생들이 자신이 노력한 것 이상으로 요행스러운 결과를 얻는 것은 평가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하게 한다.
한때 단위학교에서 학생들의 내신을 올리기 위해 시험문제를 쉽게 출제해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단위학교 수준에서도 쉬운 문제 출제를 제한했던 정부가 오히려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검사라고 할 수 있는 수능 문제를 쉽게 출제해 대학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입시 지도에 혼선을 야기하는 정책은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는 사교육비의 과다 부담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죽하면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쉬운 수능 출제라는 정책까지 내놓았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정부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그렇다고 해서 평가의 본질을 왜곡하면서까지 수능을 출제한다는 것은 다음 세대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행히 전년도부터 EBS 수능 방송, 방과후 학교 등의 활성화와 사교육비 경감 지원정책으로 사교육비가 감소하고 있다는 반가운 보도도 있었다. 이는 제대로 된 정책은 평가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별력 갖춘 문제들 출제해야
교육의 과정 전반에서 평가가 차지하는 부분은 꼬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꼬리로 몸통 전체를 흔들려는 시도는 반드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소위 ‘물수능’으로 사교육비를 비롯한 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시도는 오히려 문제를 야기한다. 정부는 좀 더 교육 본질에 충실한 정책을 시행해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에 맞추어 진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또한 대학은 제대로 된 결과에 따라 신입생들을 선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능은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렵게 출제하기보다는 변별력을 제대로 갖춘 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우리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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