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는 강을 따라 흐른다. 세계 4대 문명도 모두 강에서 시작됐다. 강을 인체에 비유하면 대동맥이라 할 수 있다. 대동맥은 인체 각 부위에 피를 공급하는 가장 굵은 핏줄기다. 대동맥 상태에 따라 건강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대동맥인 강의 상태는 국가가 건강한지를 가늠하는 하나의 지표다. 큰 물줄기를 뜻하는 강(江)을 일찍이 중국에서는 물(수)에 사람의 기술(工)이 더해진 것으로 정의했다. 이는 고대 중국의 황제들이 치수에 얼마나 큰 관심을 보였는지를 알려 준다.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고구려는 대동강가에 위치한 평양에, 백제는 한강가의 한성과 백마강가의 부여에, 고려는 예성강 옆의 개성에, 조선은 한강 옆의 한양에 도읍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산이 문화 소통의 장벽인 반면 강은 소통의 맥이다. 마치 대동맥에서 가는 혈관으로 피를 공급하듯이 큰 강에서 이루어진 역사와 문화가 그 물줄기를 따라 여러 곳으로 전해졌고, 지금도 그 전통을 잇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동맥은 4대강이다. 4대강 강줄기를 따라 걷다 보면 옛날 선조 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역사와 문화의 자취를 체험할 수 있다. 4대강 주변에는 그 자취가 240여 개 남아 있다. 때론 선사시대 고인돌부터 역사시대의 돌무덤 등 죽음과 관련된 자취들을 만날 수 있고, 때론 여러 왕조의 찬란했던 궁성 유적과 치열한 전투를 치렀을 성곽을 오를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전통 사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강가에 위치한 고즈넉한 절을 찾거나 서원과 향교에 들러 인간된 도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귀를 기울여도 좋을 일이다.
4대강 주변의 여러 역사 문화 유적은 강물을 따라 이루어졌다. 지금은 행정구역상 경기도에 속하니, 경상도에 속하니, 전라도에 속하니 하지만 이들 유적을 이러한 잣대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문화를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던 강은 지역 간 소통에서 요즘의 인터넷과 같은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4대강 살리기를 통해 우리는 이들 강 주변의 역사 문화 유적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길을 따라 이들 유적을 찾아갔던 기존 방법에서 벗어나 강물을 따라 답사해 보는 것도 괜찮을 일이다. 답사의 계절, 가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가족과 함께 강물 따라 펼쳐진 문화의 자취를 답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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