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新반도체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2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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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도 자동차처럼 유행을 탄다. 1970년대 메모리 반도체 D램 시장은 인텔 등 미국 기업이 압도했다. 대형컴퓨터의 등장으로 고성능 D램이 필요해진 1980년대에는 일본 기업들이 득세했다. 개인용 컴퓨터(PC) 시대인 1990년대에는 고성능 D램은 낭비일 뿐이고 작고 값싼 반도체가 인기였다. PC용 D램을 대량 생산한 삼성전자가 순식간에 일본 기업들을 제쳤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시대인 요즘 전력이 적게 드는 모바일용 D램 경쟁에서는 누가 1등을 할까.

▷어제 삼성전자 기흥 화성 사업장에서 열린 ‘20나노급 D램 및 플래시 양산’ 행사에서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의 지존(至尊)임이 다시 확인됐다. ‘한 마리의 호랑이(삼성전자)와 세 마리의 고양이(하이닉스 엘피다 마이크론)’라는 세계 반도체 업계의 판도는 변하지 않았다. 올해 5월 세계 3위인 일본의 엘피다가 ‘세계 최초 25나노 D램 7월 양산 계획’을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시제품만 나온 상태로 삼성전자의 18년 아성을 흔들지는 못했다. 세계 2위 하이닉스는 내년 초 양산에 들어간다.

▷20나노란 반도체 회로의 선폭(線幅·전선 간격)이 2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라는 의미다. 선폭이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4000분의 1이라니 상상하기도 어렵다. 기술적 한계인 10나노급은 내년에 나온다. 과거 삼성전자는 미국 일본 기업이 먼저 개발한 D램과 낸드플래시를 뒤따라 대량생산해 돈을 벌었다. 하지만 나노 D램은 2006년 세계 최초로 선보였고 올해까지 매년 개선된 제품을 내놓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추월형’이 ‘선도형’으로 바뀐 것이다.

▷반도체는 현 세대 칩을 양산하기 이전에 차세대 칩을 개발하는 게 관행이다. 삼성전자는 차차세대 칩까지 개발해 선발주자의 이점을 톡톡히 챙겼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 D램 가격이 떨어져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감산 여부를 고민할 때도 공격적인 투자를 독려했다. 어제 행사장에서 이 회장은 “반도체 업계의 거센 태풍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P램(IBM) R램(삼성전자) M램(하이닉스) 3차원 반도체(인텔) 등 차세대를 이끌 반도체를 놓고 앞으로도 엄청난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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