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는 이스라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내가 이스라엘의 미래를 이렇게 걱정해 보기는 처음이다. 이집트와의 평화 공존, 시리아의 안정, 터키와의 우호와 같이 이스라엘의 핵심 안보를 지탱해 주던 기둥들이 무너진 것도 모자라 외교적으로나 전략적으로 가장 무능한 정권이 들어서 이스라엘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 지도부의 무능에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이다. 미국 내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친이스라엘 로비스트들은 선거철이면 미국의 이해관계와는 상관없이 유엔에서 이스라엘을 옹호하도록 미 행정부에 압력을 넣는다.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몰락, 시리아 시위, 터키의 이스라엘 무시와 지역적 리더십 추구에 이스라엘이 져야 할 책임은 없다. 요르단 강 서안과 가자지구에서 벌어졌던 팔레스타인 민족주의 운동을 무산시킨 데 대한 책임 역시 없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진정 비난받아야 할 일은 이스라엘의 장기적 이익을 실현할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최근 터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대사들이 추방되면서 몇 년에 걸친 이스라엘의 외교적 노력은 물거품이 돼 버렸다. 터키의 경우 지난 두 달간 2010년 5월 가자지구에 무모하게 상륙하려던 터키 국적 국제구호선단에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투입돼 터키인 9명을 사망시킨 사건을 매듭짓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이 사건에 대해 터키는 사과를 요구했다. 양국 실무진이 애쓴 결과 이스라엘은 ‘군사 작전상의 실수’에 대해서만 사과를 하며 터키는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물밑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합의안을 거부해 버렸다. 결국 터키는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했다.

이집트의 경우에도 이달 초 카이로에서 시위대가 이스라엘 대사관에 난입해 창문을 부수고 국기를 태우는 시위가 벌어져 카이로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본국으로 돌아갔다. 안정감을 잃은 이집트의 새 정부는 이스라엘을 싫어하는 국민들의 압력을 더욱더 받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그래도 이스라엘에는 평화적 방식을 고수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낫지 않았을까.

네타냐후 총리는 지역 정세가 급변하고 있음에도 소극적 자세를 취했고 경쟁국들이 어젠다와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을 묵과했다.

팔레스타인은 지금 “우리는 정부를 수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을 중단시키지도, 독립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우리의 노력들은 이스라엘 점령을 정당화하기만 했다. 이제 우리는 유엔으로 가서 1967년 국경선에 기초해 국가로 인정받고 이스라엘과 싸우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은 자기들의 평화 협상안을 내놓든가 아니면 양측 간의 외교적 타협안을 유엔에 제시했어야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둘 중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미국이 궁지에 몰렸다. 미국은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의제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아랍 국가들의 반응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딜레마에 큰 동정을 느끼며 이스라엘의 적대국들에 (어떤) 환상도 없다. 하지만 현재 이스라엘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포함한 자기들의 우방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싸우든가 아니면 합리적이면서도 진지하게 여길 만한 평화안을 제시해 위기 상황을 완화하든가 선택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이스라엘에는 이런 민감한 외교를 감당할 만한 지도자나 내각이 없다. 이스라엘 국민이 네타냐후 정부가 나라를 더 깊은 고립으로 몰아가면서 미국까지 함께 궁지로 몰아넣기 전에 사태의 심각성을 빨리 깨닫기 바란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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