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종민]도박 중독은 질병… 정신과 진료 받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3일 03시 00분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
의사로서 치료하기 가장 힘든 환자는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인데, 도박 중독도 그중 하나다. 심한 경우는 가산을 탕진하고 신용불량자가 되며 가족들까지 빚보증에 힘들어한다.

가족 중에 아래와 같은 현상이 지속적으로 관찰되면 정신과 진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도박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거는 돈의 액수가 점점 커진다. 스스로 자제를 하지 못한다. 도박행동을 그만두려고 시도할 때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르거나 신경과민이 된다. 도박으로 돈을 잃고 난 후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 날 다시 도박장으로 간다. 자신이 도박에 빠져 있는 정도를 숨기기 위해 가족, 치료자, 다른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불법행위를 저지르며 이런 행동을 ‘잠시 빌리는 것이다’고 합리화한다.

이런 경우는 이미 대뇌의 병적인 변화가 진행된 것이다. 대뇌 선조체라는 부위는 중독에 관계되는 도파민계 신경이 풍부한 영역이다. 뇌 영상 연구 결과, 도박 중독자들은 선조체의 활성도가 낮아져 일상 활동으로는 도파민을 유지할 수 없다. 결국 더 강한 강화물, 즉 도박을 통해 만회하려고 하는 것이다. 충동 조절과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부위도 활성이 저하되어 있다는 결과도 뇌 영상 연구를 통해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우선 도박 중독은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 상태임을 인식해야 한다. 엄연히 질병으로 분류가 되어 있지만 도박 중독의 치료율은 미미하다. 어떤 사람은 도박 중독자들이 병원에 가기를 꺼린다고 하는데 그건 핑계가 될 수 없다. 알코올 중독이든 마약 중독이든 도박 중독이든 모든 중독 환자들의 자기부정(denial) 기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중독은 모두 치료받아야 한다. 환자가 병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제도적으로 병원 방문을 의무화하고 쉽게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경제적 인센티브를 주는 등 대안을 찾으면 된다. 중독은 의료문제이므로 건강보험료로 치료비를 내면 된다. 별도로 상담센터를 많이 설치하는 직접 공급방식과 함께 기존의 의료시설과 전문인력을 활용하는 간접 공급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불법도박에 대해서는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실질적으로 불법도박을 모니터하고 관리하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불법도박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청소년과 대학생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감위의 권한 강화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검찰과 경찰 차원에서도 범죄 근절 차원에서 특단의 예산과 인력 배정이 필요하다.

셋째, 일반 국민에게는 사행성 게임의 즐거움을 활용할 수 있는 적극적 홍보와 교육이 필요하다. 사행성 게임을 잘 활용하면 생활의 활력을 느끼고 즐겁게 여가를 선용할 수 있다. 승부를 겨루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나 동료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도 있다. 적당한 선에서 게임을 자제하면 자기 통제와 조절력을 기를 수 있다. 도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순기능을 신장할 수 있는 도박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인간 행동의 변화는 부정적인 측면의 저지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의 신장을 통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도박 중독을 방치하면 열심히 사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는다. 환자를 양산하는 불법도박을 척결하고 건전한 사행문화를 보급하는 것은 복지국가 논쟁보다 훨씬 더 민생에 직결되는 사활적 과제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과 교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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