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푸틴의 컴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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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연속 두 번 재임한 대통령은 많지만 공백기를 거쳐 두 번 대통령을 지낸 사람은 스티븐 그로버 클리블랜드(1837∼1908)가 유일하다. 그는 1888년 선거에서 총 득표는 이기고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재선에 실패했다. 그의 부인은 1889년 백악관을 떠날 때 직원들에게 “백악관 가구와 장식을 지금처럼 잘 보존해두세요. 4년 후 우린 돌아옵니다”라고 말했다. 클리블랜드는 1892년 대선에서 이겨 백악관에 돌아갔다. 빌 클린턴도 종종 재출마설이 나돌았다.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패한 이유가 ‘클린턴 3선’에 대한 반감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브라질에서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2014년 컴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90%에 가까운 지지율을 뒤로 하고 퇴임한 룰라의 복귀가 거론되는 이유는 후계자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무능 탓이 크다. 1959년부터 31년 동안 총리를 지낸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는 2004년 8월부터 3대 총리가 된 아들 리셴룽 내각의 ‘선임장관’으로 사실상 섭정(攝政)을 했다.

▷2008년 5월 블라디미르 푸틴(59)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정치적 제자에 가까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6) 제1부총리에게 권력을 넘겨줬다. 푸틴은 대학 12년 후배이자 동향 출신인 메드베데프를 1990년 처음 만났고 가는 곳마다 메드베데프를 ‘부관(副官)’으로 곁에 뒀다. 보스 기질이 강한 푸틴을 추종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결국 푸틴은 자신을 아버지처럼 모시는 메드베데프를 가장 믿은 모양이다.

▷부자(父子) 사이에도 못 나누는 것이 권력이라지만 푸틴과 메드베데프가 다시 대통령과 총리 자리를 맞바꾸려 한다. 둘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할지 어떤 직책을 맡을지에 대한 합의는 오래 전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대통령 3연임 금지 때문에 푸틴이 지난 4년 총리를 하는 동안 메드베데프가 무난히 크렘린을 지켜준 셈이다. 러시아 국민도 모범생 메드베데프나 유약해 보이는 고르바초프보다 스키 선수 출신에 유도 유단자로 ‘마초’ 기질의 푸틴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명색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8년 대통령을 한 사람이 다시 12년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모양이 이상하긴 하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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