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박종철]김치의 재발견

  • Array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박종철 순천대 김치연구소장 한약자원학과 교수
박종철 순천대 김치연구소장 한약자원학과 교수
우리나라 대표 전통 음식인 김치의 우수성은 이제 세계 어디에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우리 김치는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엄정한 절차를 통과해 국제식품으로 공인받았다. 2006년에는 미국의 저명한 건강잡지에서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했고, 최근 시카고트리뷴은 김치 특집기사를 2페이지에 걸쳐 소개했다. 우리 김치는 이미 세계의 거리에서, 상점에서, 가정에서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잘나가는 우리 김치,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소금에 먼저 절였다가 다시 갖은 양념과 젓갈에 버무린 뒤 발효시키는 김치에는 건강에 이로운 김치 유산균과 각종 기능 성분이 생성된다. 유산균은 당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미생물 중 인간에게 유용한 세균이다. 발효식품인 김치는 이 유산균의 보고이다. 2주 전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의 국제김치콘퍼런스에서 서울대 연구진은 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이 내장지방의 축적을 감소시키고, 저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 항바이러스 작용도 한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또한 김치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다. 김치에 함유된 식이섬유소는 열량소의 섭취를 제한하며, 소화 흡수를 줄이고 체외로 배설하며, 에너지 대사 촉진작용도 빼어나 다이어트를 돕는다. 김치에 들어 있는 고추의 캡사이신도 체지방질의 분해 연소를 촉진해 이 같은 효능을 상승시킨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김치가 동맥경화 예방에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부산대 연구팀은 토끼를 이용한 실험에서 김치가 혈장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춰주고 동맥벽의 두께도 줄어들게 하는 효능을 발견했다.

현대인들이 더 주목할 만한 김치의 과학적 효능은 김치가 피부 노화를 예방하고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김치 추출물을 쥐의 피부에 직접 바르거나 쥐에게 먹게 했더니 피부 노화가 지연되고 새로운 콜라겐이 더 많이 생성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리고 한국식품연구원 연구진은 간암을 유도시킨 실험용 쥐에게 배추김치와 깍두기를 섞은 사료를 먹였더니 간암 억제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치가 적당히 숙성했을 때 암세포에 대해 최고의 항암효과를 발휘한다는 것도 함께 발표했다.

우리 김치의 종류는 200가지가 넘는다. 흔히 김치 재료로 꼽는 배추, 무, 갓 외에도 다양한 재료가 있는데 담그는 방법과 숙성과정에 따라 김치는 수백 가지 요리로 무궁무진하게 변신하는 것이다. 지난주 일본 후쿠오카의 지인 부부가 필자를 찾아왔다. 김치에 관심이 많은 그들을 위해 풀무원 김치박물관으로 안내했다. 갓김치를 소개했더니 처음 본다며 맛을 보고 신기해했다. 갓은 일본 규슈 북부지방에서 대량 재배하지만 일본에서는 밥 위에 얹어 먹거나 김밥처럼 밥을 말아서 먹는 것으로 한정된다. 지인 부부는 톡 쏘는 알싸한 맛이 진미인 갓김치를 구입해 일본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갓을 이용해 많은 사람의 입맛을 돋우고 건강도 챙기는 식품, 즉 김치로 만들었다. 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김치를 개발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해 발효시켜 만든 김치는 몸에 좋은 영양물질의 공급원일 뿐 아니라 건강에 좋은 생리활성성분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래서 김치가 세계인의 건강을 챙겨주는 세계인의 발효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갓김치처럼 기능적이고 특화된 김치 연구가 가속화됨에 따라 세계인의 건강과 입맛을 챙겨주는 참살이(웰빙) 식품으로서 김치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바야흐로 김치가 대세라 하겠다.

박종철 순천대 김치연구소장 한약자원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