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을 것이 확실시되는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 주식 매각 명령을 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법률 검토 결과 론스타에 지분 강제매각 명령을 내리되, 매각방식과 관련해 어떤 조건도 달 수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11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매매 계약을 한 하나금융지주가 이 은행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은 1999년 한국은행에서 독일 코메르츠방크로 대주주가 바뀌었다가 2003년 8월 론스타에 인수됐다. 론스타는 2조1548억 원을 투자한 뒤 고율 배당과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이미 투자원금 회수와 함께 7000여억 원을 더 챙겼다.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넘겨주고 받을 금액까지 포함하면 5조 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는 셈이다.
외환은행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는 론스타에 ‘일반적 매각 명령’이 아닌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리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요구를 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징벌적 매각 명령은 위법(違法) 소지가 있다. 사회 일각의 정서를 의식해 무리하게 론스타 문제를 처리하다 보면 한국이 외국자본을 차별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국제사회에 확산될 수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최근 유럽발(發)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불안요인이 커졌다. 주가와 원화가치는 그날그날 해외에서 전해지는 뉴스에 따라 출렁거린다. 올해 8월 경상수지 흑자는 7개월 만의 최저치인 4억 달러로 주저앉았다. 7월(37억7000만 달러 흑자)과 비교하면 9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금융과 실물경제 분야에서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할 중요한 시기다. 론스타 처리에 무리수를 둘 때 해외에서 몰려올 후유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론스타의 철수를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금융위기 대응에 더 힘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다만, 안정적 경영보다 차익 챙기기에 급급한 해외 사모펀드의 은행 인수가 불러온 파장은 두고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경제계에서는 은행 인수전에서 국내 자본이 해외 자본보다 오히려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환위기 이후 자주 반복된 외국 투기자본의 ‘먹튀’ 논란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